'野 패싱 18번째 인사' 임박…커가는 尹 '독주' 피로감


야당과 '소통 부재' 지속
총선 대비 '확장성' 훼손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윤 대통령. /뉴시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했다. 야당 동의 없이 인사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취임 500일 넘게 야당 대표와 회동 조짐도 없어 윤 대통령의 '독주' 행보에 대한 피로감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는 요청안을 재가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 내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채택이 불발되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재송부 기한 내에도 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해, 윤 대통령은 이르면 7일 청문보고서 없이 신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가 임명되는 경우는 18번째가 된다. 야당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김건희 여사 친분설, 주식 파킹 의혹, 여성 비하 발언 등을 이유로 '부적격' 방침을 굳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하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야당 동의 없는 20번째 인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건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 △문재인 정부 34건 이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집권 1년을 조금 넘긴 윤 정부로선 높은 수준이다.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당장 '대법원장 공백' 사태도 우려된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표결될 예정인데, 민주당은 '부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헌정 사상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야당은 벌써 대통령실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본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 동의가 부결된다면, 이는 오롯이 부적격 인사를 추천하고 인사 검증에 실패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잇단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 등 야당의 일관된 발목잡기가 '협치 실종'의 원인이라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에서 적격이든 부적격이든 청문보고서에 의견을 담으면 된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못했을 때는 재송부 요청을 드리고 그런 절차를 하고 났을 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500일이 넘었지만 야당 대표와 회동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022년 5월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마친 뒤 의원석을 돌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있는 윤 대통령. /남윤호 기자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야당과 소통 없는 행보는 국정 독주 이미지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선이 6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국정 운영 책임이 큰 정부와 여당에는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기능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하면서도 "어쨌든 여당이 문재인 정부 때 비판했던 그 기준을 유지한다면 야당을 조금 더 설득해 임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지지층 결집이 가장 잘 됐을 때는 황교안 대표 때였다. 하지만 2020년 총선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총선이라는 건 누가 더 확장적인 형태로 중도층을 설득하느냐의 문제"라며 "야당과 소통하는 건 쉽지 않지만 원래 정치는 어렵다. 하기 싫은 걸 해야 국민이 평가한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야당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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