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尹 대통령의 두 번째 국군의 날…'무엇이 달라졌나?'


尹, 2년 연속 '부대 열중쉬어' 생략
북한 핵 도발시 "정권 종식시킬 것"
이재명 대표, 영장실질심사로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배정한 기자] '힘'에 의한 안보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국군의 날 기념식'이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과학기술 강군으로 변화한 국군의 모습과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과시하며 치러졌다.

올해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힘에 의한 평화'라는 주제로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진행됐다.

한미동맹 70주년에 대한 의미도 강조한 이번 기념식은 윤 대통령의 안보관과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 진행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일본 양국에 편중된 외교를 펼치며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K-방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대내적으로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역사관이 논란이 되고 있으며, 채 상병 순직 사건과 해병대 수사단 외압 의혹, 국방부 장관 경질과 신임 장관 후보자의 막말 파문 등 군 관련 뉴스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작년과 대비해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진행된 기념식에서는 맑은 날씨를 만끽하며 도보로 사열대까지 이동했다. 반면 우천 속에서 진행된 올해 기념식에서는 전용 차량을 타고 사열대로 이동했다. / 뉴시스. KBS 유튜브

위쪽 사진은 지난해 기념식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래쪽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이 대표. / 뉴시스, 박헌우 기자

◆ 서열 8위 '제1야당 대표 빠진' 국군의 날 기념식

지난해 화창한 날씨 속에 계룡대에서 진행됐던 건군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달리 이번 기념식은 우천 속에서 진행됐다. 오와 열을 맞춘 장병들은 단상 왼쪽에서 도보로 입장을 했고, 장병들의 입장이 끝난 뒤 오른쪽에서 윤 대통령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한 채 등장했다.

작년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들과 함께 도보로 사열대까지 이동을 했다. 반면 올해는 서울공항이라는 광범위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전용 차량에 탑승한 채 사열대 앞까지 이동을 했다.

검은 정장을 맞춰 입은 윤 대통령 부부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군 주요 지휘관들의 인사를 받으며 사열대에 올랐고, 제병 지휘관의 구령에 맞춰 장병들이 대통령에 대한 경례를 하며 본격적인 기념식이 시작됐다.

지난 기념식에서는 야당 대표 자격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열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이번 기념식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기념식이 시작하는 시각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었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기 전 경례를 하고 있다. 경례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은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이지만 이날은 사회자가 대신 구령을 했다. / 뉴시스

◆ 올해도 생략한 '부대 열중쉬어' 구령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의 '제식 실수'가 가장 큰 이슈였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앞두고 제병 지휘관인 손식 소장의 지휘로 현장의 모든 군 장병들의 경례를 받았다. 경례를 받은 대통령은 '부대 열중쉬어'를 지시한 뒤 기념사를 이어가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지만 윤 대통령은 당시 '부대 열중쉬어'를 생략했다.

'부대 열중쉬어'를 생략하면 전 장병들이 부동자세로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끝까지 들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도 이날 제병지휘관의 재량으로 '부대 열중쉬어'를 지시했고 이어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시작했다.

이후 야당과 언론은 '군 미필' 대통령의 한계를 지적했고 국방부는 "대통령이 별도로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과거 대통령들의 '부대 열중쉬어' 영상이 소환되는 등 많은 이슈들을 만들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이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끝내 들을 수 없었다. 행사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대신 '부대 열중쉬어'를 구령했다.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제병지휘관이 장병들에게 열중쉬어를 지시한 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시작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대지미사일 현무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군단정찰용무인항공기(위쪽부터). / 뉴시스

◆'K-방산' 전술 무기로 강력한 전투력 과시

올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윤 대통령의 '부대 열중쉬어'와 더불어 주목받은 것은 '최첨단 무기체계' 사열이었다. 더 강한 군대의 이미지를 강조하듯 국내 기술로 개발된 'K-방산' 전술 무기들의 사열을 통해 강력한 전투력을 과시했다.

이번 지상전력 분열에서는 지난 기념식보다 더 많은 무인장비들이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래 핵심 전력인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와 군단정찰용무인항공기, 무인헬기,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원거리정찰용소형드론, 스텔스형상소형드론, 아미타이거 부대 등 다양한 최첨단 무인시스템을 선보이며 강력한 국방력을 대내외에 알렸다.

특히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지대지미사일 '현무'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군단정찰용무인항공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실물이 공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쉽게도 기상 문제로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블랙이글스 공연과 집단·고공강하 시연, 아파치 가디언 부대 전술 비행, 공중전력 분열 등은 볼 수가 없었다.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 이념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예복을 착용한 육사 생도들은 차분한 분위기로 도보부대 분열에 참여했다. / 뉴시스

해병대는 2년 전 포항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는 상륙작전을 시연하는 등 주인공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상륙돌격장갑차 사열과 태권도 시범단 참여만 소화했다. / 뉴시스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육사 생도들은 차분한 분위기

지난해 기념식 준비 중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특전사의 특공무술 시범은 올해는 식순에서 제외됐다. 특공무술 시범을 연습하던 중 골절 2명, 인대 손상 1명, 앞니 파절 1명, 타박상 1명 등 비전투 상황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대신 올해 기념식에서는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를 중심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각급 부대에서 총 750명이 태권도 시범단으로 참석했다.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격파 시범을 주로 보여주긴 했지만 지난해 특공무술 시범보다는 강도가 낮아보였다.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 이념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예복을 착용한 육사 생도들은 차분한 분위기로 도보부대 분열에 참여했다. 사관생도들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고 도보부대 분열만 소화했다.

채 상병 사망 사고와 수사단 외압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해병대도 완전 군장을 착용하고 도보부대 분열에 참여했다. 해병대는 2년 전 포항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는 상륙작전을 시연하는 등 주인공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상륙돌격장갑차 사열과 태권도 시범단 참여만 소화했다.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특공무술 시범을 선보였지만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해 논란이 있었다. 올해는 부상 위험이 조금 낮아진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 뉴시스

지난해 지적 받은 멸공의 횃불 제목·가사 변경 장면과 국군의 결의 영상에 등장하는 중국군 장갑차 (ZSL-92). / KBS 유튜브

◆군가 개사 논란, 군악대 연주로 대체

지난 기념식에서는 행사 끝 무렵 전 장병들이 군가를 부르며 사열대 앞을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장병들이 제창한 군가 '멸공의 횃불'이 '승리의 횃불'로 제목과 가사가 변경되어 현장에서 안내되고 방송사 자막으로도 노출됐다.

50년 가까이 불려온 군가의 제목과 가사를 임의로 바꿔서 안내한 부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는 "(공산권 국가에서 온) 외빈을 고려해 제목을 '승리의 횃불'로 표기했지만, 현장에서 가사를 바꾸지 않고 '멸공의 횃불'로 그대로 불렀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지난 논란을 의식한 듯 장병들이 군가 제창을 하지 않고 군악대 연주로 대체했다.

지난해에는 국군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국군의 결의' 영상 속에 중국군 장갑차(ZSL-92)가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영상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기상 문제로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블랙이글스 공연과 집단·고공강하 시연, 아파치 가디언 부대 전술 비행, 공중전력 분열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기념식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블랙이글스. /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번 기념식에서 논란이 된 '부대 열중쉬어' 구령은 직접 하지 않고 사회자가 대신하는 형식을 취했다. 부상자 논란이 있었던 특공무술 시범은 태권도 시범으로 대체하고 '멸공의 횃불' 개사 논란도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장병들이 군가를 제창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올해 국군의 날은 10년 만에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시가행진도 진행했다. 시가행진에는 6700여 명의 병력과 68종 340여 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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