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를 친명계가 모두 장악한데다,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한 색출과 비판은 더욱 노골화할 전망이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 등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구치소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이 대표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에 감사를 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이 대표가 기사회생하면서 민주당의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은 당내 입지 축소는 물론, 강성지지자들로부터 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6일 보궐선거를 통해 친명계 홍익표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앞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가 사퇴한 만큼, 이번 보궐선거에는 후보군(홍익표·남인순·김민석 의원)부터 친명계뿐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하나의 원팀이다. 꼭 우리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는 구속 우려가 있던 상황에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 상황을 두고는 "일부 당원, 지지층에서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해 잘 알고 그런 부분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면서도 "당 대표의 지침을 받아서 당이 통합될 수 있게 잘 준비해 나가겠다"며 이 대표의 뜻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명계는 앞서 체포동의안에서 약 30표가량 '이탈표'를 찍은 '가결파' 비명계 의원들을 비판하며 '해당 행위'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에 출마했던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가결표를 찍은 의원들이) 스스로 공공연하고 당당하게 밝히고 또 국민적 평가를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규탄했다.
당 검찰독재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명계 박범계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찍은 당내 의원들을 두고 "체포동의안 가결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30여 명 넘는 사람들이 다른 표결을 하는 바람에 가결이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가결 투표가 해당 행위라는 친명계 의견에 대해 "국회법상 비밀 무기명 투표로 돼 있는걸 '너는 가결했냐 부결했냐' 압박하고 요구하는 몰상식한 행태가 있다. 민주당이 공산당인가"라며 "색출이니 또는 해당 행위라고 몰아치는 일부 지도부의 그런 언동이 해당 행위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반격의 동력을 찾는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 대북송금 의혹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고, 그리고 검찰이 다시 한번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대표 지지자들을 포함한 강성 민주 당원들 또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청원시스템 홈페이지에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민주당 의원 5인(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친명계는 더 강하게 비명계 가결파들을 압박할 것이다. 비명계는 지지자들로부터 '사태의 모든 원인이 비명계에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당원 여론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