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박 6일간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핵 개발에 몰두하는 정권을 방치하고 도와주고 그들과 거래하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현 유엔 안보리의 자기모순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음을 강력히 지적했다"면서 제78차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고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18∼23일 방미 성과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면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초보적인 정치지식도 국제관계 상식도 전혀 없는 괴뢰가 스스로 미국의 어용 나팔수, 확성기로 나서 무턱대고 악청을 돋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비난했고, 러시아 측도 우리 측 외교당국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교류 협력 밀착에 대해 거듭 비판 메시지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포함해 41개의 양자 정상회담, 뉴욕대 디지털 비전 포럼 연설, 지역별 정상 그룹 오·만찬 등 총 48개의 외교 행사를 가졌다"고 강조하면서,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총력전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많은 국가들이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주의 깊게 청취했다. 그들은 우리 정부의 '자유와 연대'라는 국정 기조가 외교 무대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어,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고 하면서 "이런 점이 우리 엑스포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제 체감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 확대, '무탄소(Carbon Free) 연합' 출범, AI와 디지털 사회의 방향성과 규범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 제시 등 한국 정부의 기여 방안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순방 성과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무탄소(CF) 연합' 출범과 관련해 "관계 부처들은 출범을 적극 지원하고, 세계의 많은 기업, 정부, 국제기구들이 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디지털 권리장전 전문이 보고될 예정"이라며 "각 부처는 이를 근간으로 소관 업무 관련 인공지능(AI), 디지털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유엔총회 참석 기간 중 47개국 정상과 만나 우리의 수출과 해외 진출 확대, 투자 유치, 공급망 다변화에 관해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면서 관계 부처에 "이번 양자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안들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의체 구성, 경제사절단 파견, 민관 협력 등 후속 조치를 꼼꼼하게 챙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대충 노력하면 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글로벌 시장과 엑스포가 바로 우리 것이라고 확신하고 몸을 던져 뛰면 결국 우리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비 진작, 경제 활성화 방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도 우리 국민을 늘 한가위처럼 넉넉하고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명절 물가 안정과 교통 등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나는 것을 포함해 추석 연휴 기간 다수의 공식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충남 공주에서 열린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이튿날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 앞 공원에서 열린 장터를 찾는 등 최근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한 총리와 이날 오후 오찬을 겸한 주례 회동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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