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휩싸이며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국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사태를 관망하며 민생 띄우기에 나섰으나 여소야대 상황에 한계가 뚜렷하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정치권에서는 26일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이 없어 총선 때까지 '이재명'이 정국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이 대표가 구속되는 경우 민주당과 이 대표는 대외적으로 '방탄' 비판에 직면한다.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커지며 당내 권력 구도 재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실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이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명계를 중심으로는 '옥중 공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한 친명계 초선의원은 "구속영장 청구를 대비한 '플랜B'는 없다"며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재판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부·여당은 '정치 탄압'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1월 예정된 본회의에서 추가 구속영장 청구가 점쳐지지만 검찰의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전과 같이 '사법리스크 공세'가 이어지면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 체제가 강화하면서 비명계를 향한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일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은 26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이날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온 후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비명계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친명계 일색으로 가는 것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일각에 있다"며 "친명에 힘을 실어서 단합해야 할지, 비명계까진 아니어도 이 대표와 척지지 않은 원내대표단으로 통합할지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향후 정국은 민주당 원내대표단보다는 이 대표 구속영장실질심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26일 밤늦게 나올 테니, 원내대표 선출은 하루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지도부에서는 '이미 공고가 난 걸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친명계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친명계 원내지도부 구성' 가능성에 대해 "원내대표 선거는 무기명 투표고, 본회의 표결보다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일단 당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중심으로 더 단합하고 단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사정은 복잡하다. 먼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이재명 없는 민주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가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다. 수감된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형성되면 결집효과가 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꾸리며 먼저 쇄신에 나설 경우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반응을 자제하며 '민생 띄우기'에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대 당의 붕괴나 내우외환에 기대를 가지고 당이 온전하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 지도부가 여러 가지 당 쇄신과 관련되고 미래 먹거리라든지, 또 우리 당의 새로운 인재 영입이라든지 여러 가지 활력을 많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상대 당의 상태로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정기국회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도부도 그런 입장인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막혀온 민생법안 처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민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건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겠지만 이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이재명이 이렇게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때려왔는데 진짜 이재명이 물러나면 공세를 벌이거나, 공세에 방어할 방법이 없어진다"며 "국민의힘이 정국 주도권을 쥘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하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좋아야 한다. 윤 대통령 하기에 달렸단 의미"라고 부연했다.
당장 국회는 민주당 내 비명계 원내대표단이 사퇴함에 따라 정기국회 일정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전 예정된 본회의 개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법, 보호출산제 도입법 등 주요 입법과 민생 법안 처리도 줄줄이 밀린다.
25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사법부 공백'이 가시화했다.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역시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논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