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가결 유다' 색출 작업?...뿔난 '개딸'에 민주당 '뒤숭숭'


與, 체포안 가결 반색…영장 발부 여부에 촉각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해산 위기 직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박광온(왼쪽) 원내대표는 사퇴했다. 사진은 이날 박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병상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유엔(UN)총회 참석 차 4박6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단단히 작심한 듯,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하면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외교전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이번 순방 기간 최소 40개국과 정상회담을 소화하는 등 진기록을 쓰고 있다. 무역·투자·원자력·방산·인프라·반도체·배터리·신재생에너지·관광·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각국 정상과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회에서는 초유의 일들이 연속해 벌어졌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현직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 사상 최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대혼돈에 빠졌다. 체포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사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현직 검사 탄핵안도 헌정 사상 최초로 통과됐다. 9월 정기국회 속 여야의 대치 정국이 지속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은 더욱 시끄러울 전망이다.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사진은 가결 이후 심각해진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남용희 기자

◆이재명 체포안 가결에 욕설 난무…'배신자' 색출도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지. 투표에 앞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부결 전수조사'에 나섰었다고?

-민주당 지지자 모임 '민민운(민주당의 민주화 운동)'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 당원킹에는 자신의 SNS와 당원의 문자메시지 답신 등으로 부결을 표명한 의원들의 명단과 사진이 100명 넘게 올라와 있었어.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에 '당연하다', '걱정마라' 반응을 보였어.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강성 지지자들이 의원들에게 '이재명을 지키라'며 단일대오를 압박한 거지.

이 대표 지지자들은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지켜봤다. 무기명 투표 결과, 체포안이 가결되자 지지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새롬 기자

-그런데 막상 표결을 진행해보니 민주당에서만 29표 찬성이 나오며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어.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거지. 투표 결과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어. 여당 쪽 120표가 모두 찬성이라 가정하면 민주당 의원 167명 중 29명이 가결에 투표한 걸로 보여. 기권·무효까지 포함하면 39명까지 늘어나.

-가결 직후 본회의장에 방청을 온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의원들을 향해 "너네가 인간이냐", "배신자들, 이 개XX들아" 등 욕설을 내뱉었어. 오열하는 사람도 있었고. 방청객의 항의 소리가 거세지자 일부 방청객들은 퇴정 조치를 받기도 했어.

-국회 밖 주변에서 오전부터 집회를 이어가던 지지자들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탄식과 분노를 쏟아냈어. 이날 국회로 연결되는 보도가 막히자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 1·6번 지하철역 출구를 통해 국회로 진입하려다가 경찰이 충돌을 겪기도 했어. 일부 지지자들은 민주당사로 방향을 틀어 가결에 대한 항의 의사를 밝혔지.

온라인상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한 의원들의 명단이 확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친명계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집단 탈당을 걱정했어. 가결 직후 민주당 홈페이지는 당원 탈당 쇄도로 접속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어. 정청래 의원은 표결 직후 페이스북에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고 적었어.

-지지자들은 가결에 투표한 의원들을 '가결 유다'(가결표 던진 의원을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 비유한 멸칭)라고 부르며 색출하겠다는 분위기야. 벌써부터 '가결 명단'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명단이 공유되고 있더라고. 가결에 따른 지지자들의 분노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민주당은 격랑에 휩싸였다. 가결을 촉구하던 국민의힘은 반색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장을 찾아 이를 지켜보던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가결' 외치던 국민의힘, 막상 가결되니 혼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국민의힘 반응은 어때?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야. 국민의힘 지지층도 결집하는 듯한 모양새고. 그러면서도 반응을 자제하고 있어. 윤재옥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짧게 언급했어. 영장청구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눈에 띄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맞아.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분간 정국은 혼란스러울 거야. 친명계는 '가결표를 색출하겠다'는 등 격앙된 분위기야. 특히 최고위원회는 가결을 "해당 행위", "비열한 배신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적인 협박까지 나왔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가결을 선택한 의원 명단이 돌기도 했어. 명단의 몇몇 의원들은 황급히 부결을 인증하는 등 우스운 상황도 연출됐지.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데다 대표의 궐위 상황으로 혼란은 지속될 거야. 그런데 국민의힘이 지켜봐야 한다는 건 왜야?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대해 상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당내에선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 역풍을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남용희 기자

-우선 민주당이 '방탄'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거. 방탄으로 더이상 공세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또 '가결됐다'는 게 반드시 '이 대표의 끝'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모르겠지만, 기각된다면 오히려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강해질 수 있거든. 이 대표가 완전히 물러서고 민주당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면 국민의힘에 위협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와.

-유승민 전 의원도 그런 얘기를 했어. 유 전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제 윤 대통령에게 주적이 사라졌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위기"라고 내다봤지. 그는 "그동안 민주당을 때리면 됐다. 사법리스크가 있는 당대표 때문에 꼼짝 못하는 당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제부터는 뭘로 때릴 건가. 민주당에 정말 국민들 보기에 깨끗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다면 국민의힘은 이제 죽었다"고 예견했어.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는 유 전 의원과 비슷한 시각이더라고.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털어낸다면 중도층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어.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의 유불리를 따질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민주당이 지금 혼란스러운 건 맞지만 완전히 구심점을 잃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지 않냐"고 언급했어.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야가 민생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주무관청의 시정 조치를 기한 내 지키지 않아 해산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논란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결국 해산 위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해산 위기를 맞았다며?

-응.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의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탓이야.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유엔해비타트 본부와의 기본 협약을 체결하라'며 올해 초부터 시정을 요구했어. 확인된 것만 모두 세 차례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위는 계속해서 유엔해비타트와 협약을 맺지 않았지. 국회사무처는 지난 15일을 마지막 기한으로 내걸었는데, 한국위는 이때까지도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어. 결국 국회사무처는 법인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라면서 본부와 기본 협약도 맺지 않은 거야?

-그렇더라고. 심지어 한국위 정관을 보면 더 이해하기 어려워. 한국위 정관 4조(유엔해비타트와의 관계)에 따르면 한국위는 유엔해비타트와 '기본 협약'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고 돼 있어. 국회사무처가 요구한 그 '기본 협약'이야. 하지만 한국위는 2019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4년째 유엔해비타트와 어떠한 기본 협약도 맺지 않았어. 결국 있지도 않은 협약을 치키겠다며 정관에 적시한 셈인데, 법인 설립의 근거가 되는 정관을 단 한차례도 지키지 않은 거야. 법인 운영의 정당성을 잃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지.

한국위는 정관을 통해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 협약을 준수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기본 협약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 제공

-법인 취소 절차는 곧바로 진행되는거야?

-응. 국회사무처는 우선 한국위에 대한 청문 절차를 다음 달 4일 진행하기로 했어. 이후에는 국회사무처가 최종적으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만일 법인 취소로 결정되면 후폭풍은 상당할 것 같아. 특히 기부금 문제에 있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야. 한국위는 2019년부터 기업 등에게서 44억 원가량을 모금해 활동했거든. 한국위에 기부했던 기업 등은 한국위를 유엔(UN) 관련 단체로 인식해 기부했다고 밝힌 바 있어. 하지만 이번 국회사무처 조치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한국위가 유엔 산하에 있는 유엔해비타트와 어떠한 기본 협약도 맺지 않았다는 거지.

-한국위는 이번 달 말에 유엔해비타트와 논의해 기본 협약과 관련된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해. 만일 한국위가 유엔해비타트와 기본 협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의 근거가 발생하는 건 아니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아. 또 4년째 협약 없이 활동하다가 '사칭 논란'과 주무관청의 법인 취소 통보가 있자 부랴부랴 협약에 나섰다는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다음 달 한국위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한번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