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구속 위기에 처한 동시에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아울러 민주당은 '방탄' 꼬리표를 떼게 됐지만, 일촉즉발의 극심한 내홍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무기명으로 표결한 결과, 재석 295명 가운데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가결정족수(148표)에서 단 두 표가 더 나왔다. 찬성표와 국민의힘, 정의당,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고려하면, 민주당에서 발생한 이탈표는 최소 28~29표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찬성표는 10표 늘었다. 당시 재적 의원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찬성표보다 반대표보다 한 표 더 많았으나 과반이 되지 않아 부결됐다. 1차 때 가까스로 가결을 면했던 이 대표는 이번 2차 때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해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이 대표는 사실상 당의 불신임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표가 전날 사실상 부결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냈음에도 당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 왔다. 표결을 앞두고서는 공개적으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냈었다.
이번 표결을 계기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비명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사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물론 앞으로 이 대표의 구속 여부가 최대 관건이지만,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중대한 국민과 약속을 얼마 되지도 않아 헌신짝 버리듯 하면서도 결국 원하는 것(부결)을 얻지 못했고, 무엇보다 이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때문에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본인의 말 바꾸기가 두고두고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된다면 민주당은 태풍급 인적 쇄신이 휘몰아칠 것"이라며 "단식 중인 당 대표를 검찰의 손에 넘겨준 비명계가 대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지금 위기에 처했다더라도 여전히 당의 방향타는 이 대표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표결로 민주당의 내부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병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분노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찬성한 의원 색출 작업에 나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색출 작업이 실행된다면 당 상황은 굉장히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