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름이 넘도록 곡기를 끊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만나 눈물을 흘렸고, 청년 당원들은 삭발까지 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도 국회를 찾아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국회 경내에서 흉기 난동 사건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국방부, 문체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당은 변혁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라며 호평한 반면 야당은 퇴행적 개각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도 여야가 막말과 조롱 등 '혐오 정치'를 연출하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재명 단식장' 찾아온 박지현…지지자들 "김영진 수박이냐" 격분
-지난 11일 단식 12일 차를 맞은 이 대표에게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찾아왔었다며.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께 단식장을 찾았어. 이 대표는 이날 건강이 안 좋아 국회 본청 안에 있었는데, 박 전 위원장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식장으로 나왔어.
-두 사람은 약 5분 정도 짧은 대화를 했어.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만나 "건강이 걱정돼서 왔다"며 "단식 그만하시고 건강 회복하셔야 한다"고 말했어. 이 대표 얼굴을 본 박 전 위원장은 '눈물'을 흘렸지.
-이 대표도 "안 그래도 내가 박 위원장 보고 싶었다"며 박 전 위원장이 사는 곳을 물었고, 박 전 위원장은 "스토킹을 당하고 나서 서대문구로 이사해 이화여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어. 이 대표가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라 언제 한번 보자"고 하자 박 전 위원장도 "저 요리 잘 한다고 한 적 있는데, 회복식도 만들어 드릴 테니 (단식) 그만해 달라"고 얘기했어.
-이 대표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이 단식장 앞에 도착하자 "생사 확인하러 온 거냐", "(이 대표한테) 연락도 안 하고 왔냐 대단하다", "꺼져라" 등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어. 또 한 지지자는 박 전 위원장이 돌아가는 길을 쫓아가며 "박지현 너는 지방선거 다 망쳐놓고 사과했냐"고 고성을 질렀지. 다른 한 지지자는 박 전 위원장을 배웅하다 욕하는 지지자를 말리는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을 향해 "의원님 수박이냐", "의원님은 수박인 것 같다"며 격분하기도 했어.
-박 전 위원장이 이 대표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을 두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왜 우는 거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어. 박 전 위원장은 이틀 뒤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냥 (이 대표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며 "의견이 조금 다르더라도 같은 길을 걷는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염려되는 마음으로 찾아갔었던 건데 너무 수척해진 모습을 마주하니까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어.
-또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대화 중 '서대문구'에 살고 있다 한 것을 두고 총선 출마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어. 박 전 위원장은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해 "정치인이 출마 고민은 당연하다. 추석 지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어.
◆"이낙연 끄나풀이냐" 이재명 지지자들 국회서 잇단 소동
-민주당 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당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투쟁의 결의하는 삭발식을 진행했어. 그런데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있었다고?
-맞아. 삭발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이 이 대표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펼치면서 "(청년 당원들) 잘한다", "감사합니다" 등의 말을 크게 외쳤어. 이에 민주당 측 관계자가 "당 관계자가 아니면 현수막을 펼치면 안 된다"며 접을 것을 요구했고, 너무 시끄럽다면서 구호도 외치지 말라고 요구했어.
-그러자 이 여성은 현수막은 접었지만, 구호를 크게 외치는 것은 멈추지 않았어. 당 관계자가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자, 이 여성은 "누가 시켰냐", "(제지하는걸) 그만 하세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끄나풀이냐"고 항의했지. 결국 당 관계자가 국회 경비대 직원까지 불러서 주의 조치를 줬어. 그런데도 이 여성은 "(청년 당원들)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딸이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청년 당원들이) 멋있어서 눈물이 난다" 등의 말을 계속 크게 외쳤어.
-심지어 이 여성은 청년 당원들의 삭발이 끝난 후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다", "절대로 버리면 안 됩니다", "영원히 간직하자"며 땅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아서 태극기 위에 올려두더라고. 이 행위에 대해서도 당 관계자가 제지했지만, 전혀 말을 듣지 않았어.
-이 여성 외 다른 한 중년 여성이 "이 대표님 단식을 멈춰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크게 외치고, 한 중년 남성도 "어른들이 미안하다. 감사합니다", "잘한다" 등을 외쳤어. 삭발식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당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제지에 나섰지만,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인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 뜻대로 발언과 행동을 계속했지.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가 이들과 같은 지지층 결집에 유효하다는 세간의 평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지.
-이날 저녁엔 이 대표 지지자인 50대 여성이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민주당 야외 천막 농성장에서 "왜 이 대표의 단식을 말리지 않느냐"며 고성을 지르고, 퇴거 요청에 불응하다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 2명을 다치게 한 뒤 체포되는 일도 있었어.
-다음 날(15일)엔 이 대표 지지자인 70대 남성이 국회 본청 내부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커터칼로 자해를 시도하다가 국회 경비대에 제압되는 일도 있었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이런 행보가 과연 이 대표 본인과 민주당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야.
◆'웃다가 싸우다가'...국회 법사위 이모저모
-지난 13일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여야는 이날 법사위에서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건'과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을 다뤘어.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검찰 아가리" "불타 죽는다" 등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기도 했지.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 개의 약 15분 뒤 나란히 입장했어. 서로 가볍게 인사하며 옅은 미소를 띠는 의원들도 있었지. 김영배·박용진·소병철 의원은 법사위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김진욱 공수처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다가가 차례로 악수했어.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자 조용히 자리에 앉더라고.
-홀로 외롭게(?) 앉아있던 의원도 있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응. 민주당 A 의원은 법사위 개의 약 6분이 지난 시간에 가장 먼저 도착해 홀로 자리에 앉아있었어. 그로부터 약 9분 뒤 A 의원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 모두 회의장으로 들어왔지. 그런데 아무도 A 의원에게 다가가지 않더라고. 민주당 의원들조차 A 의원이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척(?) 지나쳤어. A 의원 역시 준비한 자료만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지. 분위기가 굉장히 묘했던 기억이 나.
-질의 초반에는 회의장에서 웃음도 나왔다고?
-응.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불러 배우자 소유 주식과 관련해 항소할 거냐고 물었어. 앞서 유 사무총장은 배우자 소유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패소했거든. 유 사무총장은 단상 앞으로 나와 "항소하지 않겠다"고 했지. 이에 박 의원은 "잘하셨고 그에 따른 처분을 잘 지켜달라"며 질의를 마치려고 했어.
-그런데 유 사무총장이 "의원님 말씀에 감사드린다"며 돌연 결의에 찬(?) 표정으로 "2분 정도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어. 박 의원은 웃으며 "아니, 아니 시간이 모자랍니다. 자리에 들어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지. 여기저기서 가벼운 웃음이 새어 나왔어. 유 사무총장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질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자리로 돌아갔지.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여야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서로를 향해 강도 높은 공세를 주고받기 시작했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질의하며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전직 법무부 장관이 자당 의원총회에서 '검찰 땡땡땡(아가리)에 이재명을 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더라"고 했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전날 의총에서 검찰을 향해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었어. 박 의원은 곧장 반발했고 김 위원장과 언성을 높이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일로 번지고 말았지. 초반 회의 분위기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더라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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