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항쟁을 선포한 뒤 보름이 넘도록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검찰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검찰'이라고 각을 세우는 민주당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부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으로 한동안 잠잠해진 계파 갈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과 12일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대표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은 전날 이 대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한 검찰 간부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이자 피의사실 공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장 접수를 예고했다. 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망신 주기가 도를 넘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추석 연휴 전인 오는 21일 본회의 보고와 25일 체포동의안 표결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는데, 민주당 내부에선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검찰의 얄팍한 노림수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만일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쳐진다면 당에 대한 민심을 악화시키고 이 대표에 대한 악마화를 가속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제1야당 대표의 공언이 허언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하는 공약들을 유권자들이 믿어주겠나, 계속 저쪽(여당)에 '방탄 프레임' 빌미를 줘서야 되겠나,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라고 언급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를) 옹호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는 드러내놓고 세게 얘기할 수 있다"며 그건 떳떳하게 아주 세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검찰의 무도한 수사에 맞서 증거도 없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사인데, 당당히 걸어가서 영장 기각 받고 오겠다, 가결시키달라고 말씀해 주는 게 제일 낫다"고 말했다.
'방탄' 논란은 민주당에 부담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한 차례 부결된 이후 지금까지 여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서도 수사 회피와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과 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 강성 지지자들의 '팬덤 정치'에 대한 이견 표출 등으로 민주당은 어려움과 당내 갈등을 겪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검찰에 대한 분노가 크고 당 대표에게 알아서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으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방탄 프레임을 깨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프레임이 무서워서 당 대표를 내놓는다면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야당이 주도권을 쥐고 가야지 검찰한테 끌려다니는 모습은 보이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