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대신 '尹 비판' 쓰는 文 SNS…민주당 소구 효과는?


정치 현안 목소리 내는 文 전 대통령
민주당 의원들 "尹 대통령이 전 정부 소환한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내며 공론장에 등판하기 시작했다. /평산책방 제공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내며 정치 공론장에 등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 정부 탓'을 하는 윤석열 정부가 문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총선 전 민주당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풍산개 파양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은 SNS에 1700자에 달하는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정치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처음 표명한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며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동안은 '평산책방' 주인으로 SNS에 각종 도서 추천 글을 주로 올리며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않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달라졌다. 문 전 대통령은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운영'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일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에도 문 전 대통령은 흉상 이전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잼버리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13일 SNS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라고도 했다.

지난 1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대표를 격려하기 위해 전화를 든 문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단식 중인 이 대표. /남용희 기자

지난 1일 문 전 대통령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대표를 격려하기 위한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전정부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한 총구를 겨눴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청와대 로고가 박힌 '전정부 비공식 브리핑'을 냈다. 내용에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발언을 반박하는 문장이 담겼으며, 말미에는 '2023년 전정부 집권 7년 차 전정부 비공식 대변인실'이라는 출처가 쓰여 있다.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현안 정치 등판에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구심점'을 자초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도 지지율 40%를 유지했던 민주당의 '이례적 존재'였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연이은 실책에도 3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등판해 민주당 지지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친문' 의원들은 정치권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문 전 대통령이 현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역사 문제(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글을 올렸다고 했으니 문자 그대로 보면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전정부 탓을 계속하지 않았나. (문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 나선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문 전 대통령을 자꾸만 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문 전 대통령이 정치 현안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것이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동률 기자

또 다른 청와대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최근 페이스북 글이 는 것은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쌓였다는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도 현재 민주당 상황에 대해서도 답답할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총선 전까지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문 전 대통령이 정치 현안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것이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은 국정 임기 후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좋았던 지도자였고, 이미지도 윤 대통령과는 상반됐다.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수록 국민들은 지난 정부와 현 정부를 비교하게 될 것"이라며 "또 현재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등 민주당 상황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문 전 대통령이 나서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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