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유엔은 협약 당사국에게 강제실종이 국내 형사법에 따라 범죄가 된다는 점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협약 이행과 관련된 국내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의 실효적 이행 방안 토론회에서 "지난단 3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이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엔에 접수된 강제실종 사건은 총 4만6270여 건이라고 한다. 이 사건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실종방지협약은 유엔의 핵심 인권규약 중 하나로,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돼 2010년 12월 국제적으로 발효된 후 강제실종 범죄를 방지하고 처벌하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0번째로 협약에 가입했지만, 협약 이행과 관련된 국내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축사에서 "여전히 우리나라 현행법상으로는 협약에 규정된 강제실종 방지 처벌 그리고 피해자 구제 의무에 매우 부족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라며 "발의한 법안은 강제실종 피해자 구제 및 은닉죄, 상해치사나 살해 치사 등 처벌 규정을 매우 구체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임산부라든지 미성년자, 노인, 장애인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이 되도록 하는 규정도 법에 넣어놨다"고 설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와 국회도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한 달동안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동의안 결의와 협약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라며 "국회와 정부가 강제실종 참상을 알리고 개선을 위한 국민적 요구를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여 대한민국 강제실종 및 인권탄압 문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비준 동의안을 끝으로 우리도 UN의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에 동참하게 됐다"라며 "실질적인 후속 이행 대책 마련이 더딘 상황에서 강제실종 방지책 마련을 위해 후속 법안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강제실종은 국가의 허가, 지원, 묵인하에 행동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체포, 감금, 납치 또는 그 밖의 형태로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고,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지를 은폐해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는 것을 말한다.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한국전쟁 당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 그리고 나아가 독재정권 하에서 발생했던 과거사 문제가 모두 강제실종에 해당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에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과 가입을 정부에 권고했고, 2022년 12월에 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 비준안이 통과돼 2023년 2월부터 국내에 발효됐다. 강제실종방지협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개별 당사국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가운데, 관련된 법안 2건(김기현·전용기안)이 여전히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한편, 토론회는 권오곤 전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재판관, 신희석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 법률 분석관, 백태웅 하와이대학 교수가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전 의장, 법무부 인권정책과,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소장, 이지윤 북한 인권시민연합 팀장, 황인철 KAL기 납북자가족회 대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실종 자유가족모임 대표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