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성지' 이재명 단식장…동참 여부 두고 충성 경쟁?


당 일각 "체포동의안 앞두고 '가결' 주장 의원들 입 막으려는 것"
당 일각 "국민들은 李 단식에 공감 못 한다" 중단 목소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차 무기한 단식을 이어갔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대여 투쟁의 색은 점점 옅어지는 반면, 당 내부로는 또 하나의 충성 경쟁이 되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차 무기한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투쟁장은 이 대표를 격려하러 방문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동료 의원들과 민주당 인사들은 이 대표와 '동조 단식'을 하겠다며 단식장 '인증사진'을 우후죽순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대여 투쟁의 색은 점점 옅어지는 반면, 당 내부로는 또 하나의 '충성 경쟁'이 되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5일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지 6일 차를 맞이했다. 이날 오전 농성장에는 전해철·김태년·윤재갑·윤영덕·황희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대거 이 대표를 찾았다. 또 유선호·최규성·홍미현·이호웅·장영달 전 국회의원 등 정치 원로들도 격려차 단식장을 방문했다.

전날엔 이해찬 상임고문이 단식장을 찾아 "(현 정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시행령으로 부수고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판결하면 대리 변제해 버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현장에서 막는다. 헌법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단식장에 들어선 동료 의원들과 지역위원회 사람들은 이 대표를 격려하고 '단식장 인증사진'을 찍고 돌아간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SNS를 살펴보면, 이 대표의 단식장을 찾았다는 내용과 단식장을 찾은 사진을 올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정복·양이원영·박홍근·김병주 의원 등 이 대표 단식 방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모습. 김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 이 대표와 함께 동조 단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양이원영·문정복·김병주 의원 등은 지난 4일 하루 동안 이 대표와 함께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동조 단식에 참석하는 동안 '이재명 당대표 곁을 지키겠다'며 늦은 오후 1시간 여 동안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 단식장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함'이라며 '무기한·조건 없는 단식'을 선언했다.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조 단식' 행렬은 더 퍼져나갈 전망이라서, 이 대표의 단식장 방문 여부를 두고 당내 '충성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명계 최강욱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끝까지 가겠다는 결기를 보인 걸로 봐서는 본인이 쓰러져야지 끝나지 않을까 싶다"며 "의원들도 텔레그램 등에서 '대표를 외롭게 버려두지 말자. 함께 옆자리를 지켜주자'고 제안하신 분이 있었다.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내가 지키겠다'고 (동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장에 침묵이 찾아들지 않는 것을 두고 "원래 전통적으로 단식은 고독해야 하는 것인데, 이 대표 단식장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당내에서 릴레이 단식 행렬에 나서고 인증샷을 찍고 하면 나중 가면 분명히 '누구는 (단식장에) 얼굴 한 번 안 비쳤더라'라면서 낙인을 찍고 충성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이어지면서 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이 대표 단식의 '출구 전략'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해 '입막음'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9월 정기국회 도중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부결 여론을 만들기 위해 '방탄 단식'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그런 얘기는 엉뚱한 데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가 목숨 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하기가 굉장히 야박한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대놓고 얘기는 못 하는 것"이라며 당내 부결 여론에 대해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해 입막음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용희 기자

이 대표의 단식이 무당층 등 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진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단식을 멈춰 달라"며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다.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라며 "윤 대통령의 실정과 폭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윤 대통령의 폭주와 독단을 제어하는데 단식이 별로 유효적절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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