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민생 챙기기' 나선 尹…경제 전망은 '빨간불'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경제' 초점…민생 행보는 '글쎄'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차 하반기 국정운영을 경제에 맞췄지만 경제 관련 행보는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상인과 대화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민생'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밥상 민심을 겨냥해 최근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반기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때아닌 '이념 논쟁'으로 여야 협치가 물 건너가면서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은 "윤 정부의 경제는 이미 바닥 아래 지하실로 향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전 공지하지 않은 일정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국제유가, 기상 여건 등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 등 민생 안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민생"이라며 "국민들께서 민생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임해 달라. 민생 현장 구석구석을 장관이 직접 찾아 점검도 하고, 또 필요한 지원이 즉각 즉각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달라"고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추석 성수품 가격 5% 인하, 농수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670억 원 규모 농수축산물 할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 또 국내 내수 진작을 위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60만 장의 숙박 할인 쿠폰 배포,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을 예고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소비 위축 우려를 덜기 위해 주요 수산물 최대 60% 할인, 온누리상품권 환급, 소산물 소비 촉진 관련 800억 예비비 추가 편성 등의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직접 찾아 우리 수산물을 구매하고 우럭탕 등 수산물 메뉴로 오찬을 갖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1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그러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날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산업활동 동향 3대 지표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주력 수출시장과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의 확대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외교 현안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챙기기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하반기 국정운영을 '경제'에 두겠다고 밝혔지만, 민생 챙기기 행보는 자주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이후 공개 일정을 살펴보면 경제 관련 일정은 △5월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6월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 △6월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반도체 국가전략회의) △6월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 △6월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 △7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 △8월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 △8월 거시경제전문가 오찬 간담회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 △8월 추석 물가 점검(제19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등 10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윤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2박 3일)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을 위한 프랑스 및 베트남 순방(4박 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4박 6일 일정)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미((1박 4일) 등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는 5일~11일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다시 순방길에 오른다. 이를 통한 '세일즈 외교' 성과도 적지 않지만 국내 민생 현안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이번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나오는 거 보십쇼. 도대체 과학이라는 건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야당과 협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입법으로 풀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촉발한 '이념 논쟁'은 여야 협치를 더 어렵게 해 사회적 비용만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지만, 대통령실 내에서도 여야 대치 국면을 타파할 복안은 마땅히 없는 기류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민생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브리핑에서 "오늘 산업활동 동향이 좋지 않은 결과로 나왔기 때문에 우려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연초에 올해 전망을 하반기 가면 좀 나아질 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큰 흐름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전망했다. 최 수석은 "세계 경제 회복이라든지 우리의 어떤 수출 협력국의 경기개선 정도라든지 유가의 흐름, 여러 가지 것들에 따라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을 뿐"이라면서 "각 경제주체가 체감하는 경기, 물가, 소득에 대해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생 챙기기의 일환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방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윤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와 관련해 "(정부가 언급한) 날씨 핑계를 대기에는 지표들의 침체 폭이 너무 크다. 국세 수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 원 가량 덜 걷혔다. 설비투자가 무려 8.9%나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낙수효과' 운운하더니 경제가 나락으로 가는 '나락효과'는 확실히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수출이 지금보다 더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금은 총선용 매표 예산을 짤 때가 아니라, 재정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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