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합계출산율 '0.78명'(2022년 기준), 세계 최저 출산율의 여파가 국회에도 미치고 있다. 한때 지원자가 많아 입학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했던 국회 어린이집도 최근 몇 년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가 국회 어린이집의 최근 5개년 정원 및 현원(현재의 인원)을 살펴본 결과, 국회 어린이집의 원생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어린이집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80%를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사무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회어린이집의 현원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회 1·2·3 어린이집의 총정원은 398명이다. 이중 현원은 2019년 389명→2020년 386명→2021년 379명→2022년 341명→2023년 318명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5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신규입소자도 2019년 104명에서 2023년엔 66명으로 급감했다.
국회 어린이집은 국회 안에 위치해 있고, 수준 높은 보육 및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 아이가 있거나 출산 계획이 있는 국회 노동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한때는 근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국회 보좌진직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직장 근처에 있다는 점이 꼽히기도 했다.
국회사무처 측은 국회 어린이집 현원 감소와 관련해 "출산율 감소에 따른 출생아 수가 감소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을 처음으로 0점대에 진입한 이후에도 매년 낮아져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매년 세계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합계출산율(2020년 기준 1.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출생으로 인한 어린이집 인원 감소는 비단 국회 어린이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국 꼴찌(0.59명)를 기록한 서울로 경우를 넓혀 봐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어린이집 정원 및 현원 현황 자료(매 3월 말 기준)에 따르면, 서울 소재 어린이집(국공립과 민간 포함 총계)의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출생아 감소로 인해 매년 문을 닫는 어린이집도 생겨나면서, 어린이집 총정원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서울 소재 어린이집의 정원은 2019년 25만7847명(현원 21만60명), 2020년 24만8262명(현원 19만 4343명), 2021년 24만381명(17만7249명), 2022년 22만8896명(15만7958명), 2023년 21만7730명(현원 14만8191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원 대비 현원의 비율 또한 2019년 81%, 2020년 78%, 2021년 74%, 2022년 69%, 2023년 68%로 매년 수치가 더 낮아지고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으로 아동 인구가 감소해 갈수록 어린이집 '과다 공급'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정원이 줄게 되면 어린이집 교사당 아동 수를 줄여 아이들을 밀착 돌봄 할 수 있게 조정해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권에서도 저출생과 관련해 출산율을 높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출산이 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획기적인 정책이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 남녀 임금 차이나 승진율 등을 고려하는 등 실질적인 양성 평등이 필요하다. 거시적 차원에서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대표적 요인을 제거할 정책들을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