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부·여당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시외·고속버스와 버스터미널에 재산세를 감면하고 유가연동보조금 연장도 검토한다. 국민의힘은 터미널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휴·폐업 사전신고제와 차량 사용 연한 연장 등을 위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입법을 서두르기로 했다.
당정은 30일 국회에서 '버스-터미널 서비스 안정화 방안 당정협의회'를 열고 코로나 이후 타격을 입고 축소된 버스와 버스터미널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 이동권 보장이 민생의 필수요소임을 재확인하고 버스와 터미널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버스 교통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낡은 규제 개선 △안정적인 버스 운영 기반 조성 △서비스 안전 고도화 등 3가지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당정은 우선 차량 교체 비용 부담이 운행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2025년 말까지 사용 연한이 만료되는 시외고속버스 차량의 연한을 1년 연장하고, 버스 수하물 운송 규격 제한을 우체국 택배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탄력적 수요 대응을 위해 전세버스 차고지를 등록지 인접 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버스의 안정적 운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경유와 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의 연장을 검토하고, 대형면허 취득 비용 지원 및 인력양성 과정의 교육생 증원 등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
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 부담을 경감하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속버스 정기권과 프리미엄 버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버스터미널의 기능 유지 활성화 방안으로는 시설 규제를 완화하고 필수 터미널에 대한 기능 유지를 지원하며 주요 터미널을 거점화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시설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터미널에 창고 물류 시설 등 다양한 편익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현장 매표소를 무인 발권기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설기준을 현실화해 해당 공간에 편의시설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영세한 터미널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감면하고, 갑작스러운 터미널 휴·폐업 일어나지 않도록 휴·폐업 사전 신고제를 도입한다. 복합 환승센터 구축 사업에 주요 터미널을 포함해 교통 거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벽지 노선 등 교통 이동권 확보를 위해 버스터미널 관련 예산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재산세 감면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소재지나 영업이익 과세표준을 전문가 자문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스 사용 기한 1년 연장과 관련해 정기 검사를 1년 유예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백 차관은 "검사 주기를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검사 주체도 교통안전공단에서 직접 검사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휴·폐업 사전신고제에 대해서는 "3개월 또는 6개월 후에 휴·폐업하겠다는 신고를 미리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남 터미널은 갑작스럽게 폐업해 임시터미널을 준비하는 데 혼란이 있었다"면서 "임시터미널을 준비하거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미리 신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휴·폐업 신고를 하게 되면 그 이유를 지자체장하고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재정적 요인이 가장 클 텐데 단기적으론 재산세를 감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복합개발을 통해 수익성 보장을 통한 터미널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할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박 정책위의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중소도시 중심 지역버스 노선이 폐지·축소됐고 시외버스터미널 폐업 속출하고 있다"며 "지방 도시만의 상황이 아니다. 수도권 대도시 터미널도 잇따라 문 닫고 있다. 경기 동부의 최대 터미널인 성남종합터미널도 적자로 40년 만에 폐업하고 5월 말 고양 확정 버스터미널은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 3년간 전국 버스터미널 18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버스 노선이 대폭 축소·폐지된 영향"이라며 "국민은 코로나에서 일상 돌아오는데 시민의 발인 버스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중소도시에는 명맥만 유지하는 버스터미널이 수두룩하다. 수익이 악화하며 노선을 줄이고 노선 줄이니 이용객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는 앞으로. 향후 2~3년 사이 문 닫는 터미널 잇따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인구가 적은 지방일수록 노선이 줄고 버스터미널이 없으면 시외로 이동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며 "산간 지역의 여건이 더 나빠지고 지역 간 교통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다. 교통요건 악화는 지방소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는 박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정책위 수석부의장, 송석준 정책위 부의장, 김정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가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백 차관과 이윤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엄정희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