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대통령도 속았다?"...논란의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눈가 촉촉' 김남국 윤리특위 소명…징계 수위 내주 결론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유엔 해비타트 본부와 기본 협약 없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해 기부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속아서 한국위에 축전을 보냈다는 말도 나왔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더팩트>가 지난 7월 6일 보도한 <[단독] 文 축하 '유엔 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한국 탄생', 알고 보니 '거짓'> 기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속았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내 일반 사단법인과 다를 게 없는 이 단체가 모금한 44억 원가량의 기부금과 지출 내역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됐다.

-'코인 보유·거래 논란'이 제기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17일 열린 가운데 김 의원은 직접 참석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의원이 1시간 넘게 소명을 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전직 대통령, 여야 유력 정치인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극우 성향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눈길을 끈 조문객도 있었다. 또한 고인의 6촌 동생이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에 왔지만, 조문이 허용되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도 있었다.

-국회에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 파행을 두고 여야 공방이 지속됐다. 국민의힘은 잼버리가 개최된 전라북도와 잼버리를 유치하고 준비한 전임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쟁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를 공개하면서 한국위는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 탄생했다고 축전을 보냈는데, 문 전 대통령도 속은 것이라고 밝혔다. /더팩트DB

◆하태경 "文,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 '축전' 속은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에 속았다'는 논란이 있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는 겉으로 보기에 마치 유엔 산하에 있는 유엔 해비타트와 연관 돼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데 실상은 달랐어. 한국위는 유엔 또는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단체였거든. 문제는 한국위 출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는 축전을 보낸 거였어. 한국위는 국내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한 데다, 심지어 유엔 해비타트는 따로 국가위원회를 두지도 않거든.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지적하면서 파장이 더 커진 것 같아.

-맞아. 앞서 <더팩트>가 지난 7월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고, 국민의힘이 지난 16일 이를 지적했어.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를 공개했어. 답변서에는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 △(한국위에) 유엔 해비타트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어. 그러면서 하 의원은 "한국위는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 탄생했다'고 축전을 보냈는데, 문 전 대통령도 속은 것"이라고 밝혔어.

-기부금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던데?

-한국위는 출범 이후 모두 44억 원가량의 기부금을 거뒀어. 대부분 기업 등에서 나왔지. 한국위가 유엔이라는 타이틀과 문 전 대통령의 축전 등이 없었다면 이같은 규모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기부금 세부 지출 내용도 언급되고 있지.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한국위는) 기업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참치집, 장어집에서 수백만 원을 지출하는 등 식당에서만 무려 2억4000만 원을 썼다"고 비판했어.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초대 회장을 맡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논란을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은 없었다. /뉴시스

-한국위 초대 회장을 맡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천벌'이라는 표현을 썼다는데?

-박 전 수석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특위 발표와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드는 생각은 '천벌'이었다"며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짐작도 했고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주장했어. 또 선거철을 앞두고 시작된 '정치 공세'였다고 강조했지. 하지만 한국위가 받는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반박하거나 입장을 내지 않았어. 다만 한국위 측에서는 입장문을 통해 "이미 유엔 해비타트와 한국위는 서로의 조직적 실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상호협력했다"며 반박했지.

-한국위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야.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한국위 사칭 사태에 책임 있는 자들은 정치 탄압이라며 빠져나갈 게 아니라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거든. 이번 논란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한번 지켜보자고.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17일 윤리특위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소명했다. 김 의원은 눈물을 흘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코인 논란' 김남국, 국회 윤리특위 소명 중 '눈물'

-17일에 '코인 보유·거래 논란'이 일었던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징계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렸다고?

-첫 소위원회가 지난 10일 열린 지 7일 만이었지. 이날은 윤리특위 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김 의원이 참석해 직접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어. 소위원회 개최에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김 의원의 제명을 윤리특위에 권고한 바 있지.

-취재진이 모여있는 곳을 피해서 곧바로 소위 회의장에 들어갔던 김 의원은 약 1시간 넘게 소명을 하다가 '눈물'을 보인 것 같았어. 화장실에서 나온 김 의원은 눈과 코 주변에 붉은 기운이 돌더라고. 김 의원은 소명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리자문위에서 질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성실하게 답변드렸다"며 "윤리특위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합당한 판단을 해줄 거로 생각한다"며 자리를 떠났어.

-윤리특위 위원들도 김 의원이 소명 중 눈물을 보였다고 했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해 "동료 의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흘렀고, 그런 행동(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했어. 김 의원은 억울해하기도 했다는데 이 의원은 "김 의원이 반성하는 부분도 있고, 억울해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억울해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있다"라고 덧붙였어.

-김 의원은 이날 기존에 제출했던 자료에 이어 거래 내역 등 추가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외에 추가 자료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제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전했어. 김 의원의 자료 제출은 앞서 윤리특위자문위에서도 불성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지.

-김 의원의 징계 수위는 이르면 내주 윤리특위 소위 표결 이후 결정 날 것 같아. 윤리특위가 결정한 징계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확정돼.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가 있어.

-'제명'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데, 실제로 제명까지 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헌정사에서 국회에서 제명된 의원은 197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해.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독재 정권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돼 제명됐어. 사실상 군부 독재 정권의 야당 유력 정치인 탄압이었지. 김 의원의 경우 도덕성 면에서 (상임위 회의 중 코인 거래 등) 의원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볼 수 있어도 이걸로 의원 제명까지 갔다가는 자칫 국회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시선이 많더라고. 다만 여권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김 의원에게 괘씸죄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징계와 관련해서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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