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국방부가 국회 자료제출 관련 훈령 개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꼼수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 측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좌관 군사 비밀 유출 혐의로 인한 개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사 중인 사안에 따른 개정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고 채 상병 사건 외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데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자료 통제로 비칠 수도 있다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18일 <더팩트>가 입수한 국방부 '대 국회 및 정당 업무처리 훈령 개정 계획 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군사 비밀 대면설명 요건 강화에 나섰다. 국회 자료 요청에 따른 대면 설명 시 관련 규칙을 명문화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상임위 의결 등을 거친 공식 자료 요구 △의원 대상 직접 설명(보좌진 배석 가능) △복수 인원 보고 △보안 서약(메모·촬영금지 등) 관련 규정 강화 등이 담겼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근 채 상병 사건 등 국방부 내 예민한 사안이 담긴 자료를 국회 측이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군사 비밀' 여부는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부는 안보 등의 이유로 애초부터 자료가 너무 안 온다"며 "훈령 개정 전에 군사 비밀 판단 상세 기준표를 만들어 국회에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위 의결을 거친다고 해도 국방부로부터 자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1월부터 현재까지 상임위가 열린 건 고작 4차례로, 두 달에 한 번꼴이다(1월 26일, 8월 16일 현안보고 제외). 상임위 의결 후 '의원 대상 직접 설명' 조항에 따라, 의원과 일정 조율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국방부 측은 8월 셋째 주까지 훈령 개정 방향 설명을 마무리하고, 20일간 훈령 개정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 보좌진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인한 개정 추진이라는 게 국방부 측 입장이다. 다만 국방부 내부에서도 내사 중인 사안에 따른 개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부 내부에서도 설훈 보좌진 내사가 미 종결 상태인 데다, 국감을 앞두고 개정 타이밍이 안 좋아 수차례 반대 건의가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훈령 개정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사실상 채 상병 현안과 국감을 앞두고 자료를 안 주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부는 원래 자료 자체를 잘 안 주는데, 상임위 의결을 거치겠다는 건 사실상 자료를 안 주겠다는 얘기"라며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인데 개정안은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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