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143개국 4만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여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으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주무 부처 수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한 뒤 소멸했다. 전국 곳곳에서 폭우와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태풍 피해 대비에 주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살해와 폭발물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발송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불특정 시민들을 상대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까지 협박 대상이 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파열음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하면서 비명(비 이재명)계 진영에서 퇴진 요구가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무감사를 예고한 국민의힘에선 '물갈이론'이 나오면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현역 의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잼버리 사태' 자료 안 주는 정부, 벼르는 국회 여가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으로 국회가 바빠졌다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오는 25일 새만금 잼버리 행사 관련 책임을 물을 예정이야. 온열병 환자 속출, 해충, 화장실, 배수 등 아주 기본적인 문제부터 성범죄까지. 말 많고 탈 많았던 잼버리 행사에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거지.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정부 탓을 하며 벼르고 있어. 여가부 폐지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야. 여가부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고비를 맞이한 것 같아.
-여야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야당인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준비 미흡을 두고 '이건 좀 아니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158개국 청소년 4만 명이 모이는 큰 행사였던 만큼 성공적으로 행사를 이끌었다면 국민에게 인정받는 장관이 됐을 텐데 참 아쉬워. 게다가 발언 문제도 논란이 크게 됐었잖아. 성범죄 '경미 사안' 발언,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 등의 발언 말이야. 지난 9일에는 갑자기 브리핑을 돌연 취소해 현장 기자들 모두 화가 많이 났다고 하더라고.
-김 장관 해임설도 돌고 있네.
-맞아.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에게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네. 김 장관이 행사 준비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이 배수 시설 등 잼버리 대회 준비에 대해 우려했는데도, 김 장관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어. 국민은 김 장관이 배수시설 미비 등 문제 제기에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지 않을까 싶네. 알아보니 김 장관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딱 한 번 새만금 현장을 둘러봤더라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잼버리가 끝나면서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거라는 말이 많더라고.
-지난 11일 새만금 잼버리가 폐영식을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곧 진상 규명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잼버리는 예산을 1000억 원이나 투입된 큰 사업이었는데 어디다 돈을 썼는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 여가부는 지금 의원실들 전화도 안 받고 있다고 해. 한 의원실 보좌 직원에 따르면 자료 요청이 일주일이 넘은 시점인데 아직도 자료를 안 주고 있고, 연도별 예산 및 결산 현황을 물어봐도 작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대답뿐이라고 해. 이 보좌 직원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어. 공식 일정이 끝난 새만금 잼버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
◆尹, 태풍 '카눈' 중대본 회의 열지 않은 까닭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6박 7일 일정을 마치고 여름휴가에서 공식 복귀했는데, 태풍 '카눈'이 이례적으로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고?
-윤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지난 8일부터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서 대통령실 지하 벙커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어. 지난 9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으로부터 태풍 이동 경로와 대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어.
-철야 근무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었는데.
-맞아. 태풍 등 재난 상황이 우려될 때 대통령의 비상근무는 관심사지.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초 태풍 '힌남노' 때도 집무실에서 24시간 비상 대기한 적이 있어 다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밤샘 근무는 하지 않았다고 해.
-윤 대통령은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 지난 10일에 중대본 회의를 따로 열지 않았는데 이것도 그런 이유일까.
-맞아.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9일 중대본 회의 주재 가능성에 대해 행정상 '보완성의 원칙'을 언급했어. 현장에서 지자체와 경찰 등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서 부족할 때 중앙정부가 나서면 된다는 거야. 이 관계자는 지난 1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중대본을 열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다 오게 된다"고 했어. 오히려 회의를 여는 것보다 실시간 보고 받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사전 검토 준비하되, 장관급 인사들이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당일 중대본 회의는 열지 않는 게 적절해 보여.
-다행히 우려와 달리 태풍 피해는 크지 않았던 것 같네.
-윤 대통령은 그 이유로 "1만5000명 이상의 주민들을 위험 지역에서 사전 대피시키고, 지하도로 등 2400여 개소의 위험 지역을 미리 통제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힘입은 바 크다"고 강조했어. 지난달 집중호우 때 정부 당국이 사전 대응 부실로 비판받았는데, 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준비 태세를 갖췄던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