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수습에 지자체 '비상'…여야는 '네 탓' 공방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책임...대회 후 조사해야"
민주당 "모든 문제에 전 정부 탓...무책임의 극치"

부실 운영과 졸속 행정 논란이 끊이지 않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결국 8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번 잼버리 문제 원인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퇴영이 결정된 8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의 한산한 모습. /부안=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부실 운영과 졸속 행정 논란 속에서 8일 퇴영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을 돌리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원활한 마무리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남 탓 말라"며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맞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잼버리의 기반 시설은 문재인 정부가 역할을 해야 했다는 반성이 나오는데도 야당은 연일 현 정부를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자해적인 정치공세를 멈추고 청소년의 안전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본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합심해야 한다"면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부실 운영에 대한 진상조사는 '대회 후'로 미루는 한편 조사 대상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현 단계에서는 잼버리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지만, 비상 대책을 통해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잼버리 대회를 마치고 지난 10년간 예산이 1000억 이상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허술하고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유를 우리가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날 정춘숙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잼버리 대회뿐만 아니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철근 누락 아파트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탓을 하고 있다"며 "참 뻔뻔하기도 유분수인데 어떻게 그렇게 남 탓만 일삼을 수 있는지 정말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라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폭염이 예상됐고 문제가 예상되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현 정부는) 남 탓을 하고 있다"면서 "잼버리 대회는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서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국제 행사"라고 짚었다. 그는 "전임 정부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세계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가 이뤄지며 여야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현안 질의를 열기로 했으나 최근 잼버리 사태에 따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행안위가 '묻지마 흉기 난동' 등 현안이 산적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이지만 소관 부처가 아니어서 잼버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부실 운영 문제는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소속된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부실 준비가 지적된 만큼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대한 거센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위 여야 간사는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이르면 행안위 현안 질의가 끝난 뒤인 오는 18일 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과 관리 부실 등으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사이 잼버리 후속 대책도 오락가락하며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사태 수습에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불똥은 축구계에도 튀었다. 8일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태풍 카눈의 상륙에 대비해 오는 11일 전북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 개최가 확정된 지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잼버리의 K팝 공연 및 폐영식의 연이은 변경 때문이다. 잼버리 K팝 콘서트는 당초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연이은 논란 속으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가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개최가 확정된 바 있다.

숙소도 퇴영 전날인 7일 밤까지 정해지지 않아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전날(7일) 각 자치구에 긴급 업무 연락을 보내 1만 5000여 명의 숙소를 수소문했다. 이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자치구에서 홈스테이가 가능한 가정을 공고했다가 사후 정산 등이 문제가 되자 철회했다. 서울시가 긴급 업무 연락 공문을 보내며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등으로 사후 정산'한다는 부분도 문제가 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특별교부세 사용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하자 서울시는 '세부 지급기준 추후 결정'으로 바꿨다.

서울시를 비롯해 후속 대책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나섰다. 참가자들은 △서울 17개소 (3133명 8개국) △경기 64개소 (1만3568명 88개국) △인천 8개소 (3257명 27개국) △충남 18개소 (6274명 18개국) △충북 7개소 (2710명 3개국) △대전 6개소 (1355명 2개국) △세종 3개소 (716명 2개국) △전북 5개소 (5541명 10개국)로 이동해 머문다.

한편 이날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은 태풍 카눈을 피해 이날 영지를 떠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충북 청주·충남 천안·대전·세종 등으로 이동한다. 수도권 일대로 옮긴다. 156개국 3만 6000여 명이다. 오는 12일까지인 잔여 일정은 문화 체험과 공연으로 채울 예정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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