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후]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지워지는 흔적들


한국위, 홈페이지 돌연 폐쇄
野 의원, 한국위 경력 삭제…협약 해지, 후원 중단 줄줄이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가 UN(유엔) 또는 그 산하 유엔 해비타트 본부의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사단법인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더팩트> 보도 이후, 한국위를 경력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한국위와 협업 관계를 맺은 기업 등은 협약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더팩트ㅣ김정수·설상미 기자]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유엔 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가 아닌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프로필에서 한국위 이력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업 기관 등은 한국위와 협약을 종료하거나 후원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여당의 전폭적 지원으로 성대한 출범식을 치렀던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를 내세웠지만 <더팩트> 보도([단독] 文 축하 '유엔 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한국 탄생', 알고 보니 '거짓')를 통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한국위는 <더팩트> 보도 이후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사진은 지난 3일 한국위 홈페이지 화면.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위, 홈페이지 폐쇄...의원들은 '부랴부랴' 포털 프로필 수정

한국위는 <더팩트> 보도 이후 약 2주 뒤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3일까지 한국위 홈페이지에선 '사이트 준비 중. 현재 사이트는 준비 중입니다'라는 문구 외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한국위 관계자는 몇 년간 멀쩡했던 홈페이지가 갑작스레 비공개된 이유에 대해 "올해 초 홈페이지를 만드는 곳이랑 계약을 했는데, 돈이 없어서 주지 못하다가 (현재)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위에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포털 프로필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앞서 장경태·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은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장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한국위 전문위원을 자신의 이력 중 하나로 소개했다. 한 의원 역시 21대 총선에서 선거 공보를 통해 한국위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과 한 의원은 지난달 6일 동시에 네이버 프로필에서 한국위 이력을 삭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그동안 알려진 사실과 달랐다'는 <더팩트> 보도가 있던 날이었다.

<더팩트> 보도 전 장 의원과 한 의원의 네이버 프로필. 이들은 애초 한국위 전문위원 활동을 경력으로 소개했지만 <더팩트> 보도가 있던 날 이를 모두 삭제했다. 현재 장 의원과 한 의원의 네이버 프로필에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네이버 프로필 갈무리

이와 관련 장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내법상 국제기구의 위상과 역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각 포털별 경력 게재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네이버는 빼놨고, 다음에는 이력이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께서 국회의원 되기 전에는 지인 소개로 모임에 참석한 적은 있다. 21대 국회 이후에는 별 활동도 없고, 딱히 의미를 찾기 어려워 프로필에서 내렸다"고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달 21일 한국위와 협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보도 이후 약 2주일 만이다. 사진은 앞서 SH와 한국위와 협약했던 사업 관련 내용. /SH 홈페이지 갈무리

◆'계약·후원' 종료...한국위 측, 취재진에 "예의 지켜라" 경고

한국위는 출범 이후 3년간 공기업, 대기업, 금융회사 등에서 기부금 44억 원가량을 끌어모았다. 핵심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벌였다. 하지만 <더팩트> 보도 이후 SH는 한국위와 협약을 해지했다.

한국위는 SH와 'SH어반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2020년부터 공동 주최했다. 하지만 SH는 지난달 한국위와 협약을 해지했고 해당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H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한국위와 협약을 해지했다"며 "향후 한국위와 추진할 사업 계획 여부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SH어반스쿨 모집 공고가 6월 7일에 있었고, 지난달 3일에 대상자 모집을 완료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대폭 축소해서 운영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국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에 "SH에다가 전화하셨냐. 사업을 계속하고 있냐고 물어보셨다고 하던데"라며 "저한테 먼저 전화하는 게 맞다. 그건 상도(常道·항상 지켜야 할 도리)다. 열 명한테 물어보면 열 명이 다 저같이 얘기할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건 우리한테 물어보셔야 한다. 기본이다. 그건 예의라고 생각한다. 서로 예의를 좀 지켰으면 좋겠다"며 "SH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SH가 우리은행 돈을 받아서 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쓰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SH 관계자는 이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SH 예산이 나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함께 하기는 하는데, 나중에 기관끼리 정산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굳이 한국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 기관끼리의 얘기다"고 강조했다.

두나무는 한국위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전달한 기업이다. 두나무는 단일 기부금으로만 10억을 냈다. 두나무는 현재 한국위가 진행 중인 꿈나무 메타스쿨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두나무는 한국위와 꾸준히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위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위와 '공공의도시' '꿈나무 메타스쿨' 사업을 함께했던 두나무는 이미 지난 5월 관련 협약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위는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꿈나무 메타스쿨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측 입장이 대치되는 대목이다.

이에 두나무 관계자는 "두나무는 이번 한국위의 꿈나무 메타스쿨에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두나무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위와 꿈나무 메타스쿨 프로그램을 공동 주최한 바 있다. 하지만 향후 관련 사업에 대해선 불참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위 관계자는 "협약이 끊긴 곳은 SH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보도 이후에 후원하지 않겠다는 곳이 있느냐'라는 질의에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곧 "연락이 몇 군데 왔는데 저희가 (차라리) 안 하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연락이 온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내부의 일이다"라고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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