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부터 8일까지 6박 7일간 여름휴가를 간다. 휴가지는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휴가를 떠난 곳이다. 휴가 기간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 등 현안을 챙기면서 지역 민심과도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처가 리스크' 공세와 30%대 답보인 지지율로 인적 쇄신 요구가 커진 가운데 휴가 이후 추가 개각이나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여름휴가를 보낼 곳은 거제의 저도다. 통상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휴가지를 알리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통령실은 휴가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취임 첫 휴가지로 저도 방문을 계획했다가,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조 파업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서초동 사저에 머문 바 있다.
저도는 거제도 북쪽에 위치한 면적 43만여㎡의 작은 섬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역대 대통령 휴가지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도 꼽힌다.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처음 사용하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72년 대통령 휴양시설로 공식 지정됐고,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인 청해대(靑海臺)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1993년 대통령 휴양시설에서 해제됐다가 2008년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으로 2021년부터는 저도 내 대통령 별장 외곽길 산책로 등 일부가 개방됐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데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은 시범개방을 앞두고 "제가 휴가를 보내면서 보니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특별한 곳이었다. 이런 곳을 대통령 혼자 지낼 게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들과 함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 참모들과 함께 휴가 때마다 저도를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성심여고 1학년 시절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찍은 곳도 이곳이다. 30여 년이 지나 2013년 박 전 대통령은 SNS로 저도 방문 소식을 알리면서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바닷가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고 글씨 쓰는 사진도 깜짝 공개했다. '저도의 추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기리며 쓴 시의 제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일부 공식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상남도 내 시장 방문도 예상된다.
여름휴가 복귀 후 역대 대통령들이 개각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정국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6월 말 차관 중심의 부분 개각에 그쳐 이달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장관급 교체와 대통령실 개편 등 추가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든다. 다만 대통령실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선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이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일양자 관계에서 국내 반발이 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가짜 정보에 대한 대응책이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고,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추진 동력도 떨어진 만큼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계기로 하반기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