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MB의 언론 탄압 시즌 2'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은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을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내달 공식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홍보수석비서관과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다.앞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 5월 면직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자가 사실상 차기 위원장으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지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강한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지명이 총선을 1년여 채 안 남긴 상황에서 정부와 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지명은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안(여론조사 결과)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MB 정권때 방송 탄압의 상징 인물 아닌가"라며 "그 외에도 온갖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국민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굳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는 그런 태도 아니겠나. 이는 국민을 대신해서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폭력적 지배"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그동안 우리 당과 국민은 언론 장악과 방송 탄압의 상징적 인물이 결코 정치적 중립성 담보하고 방송을 진흥할 자리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소속 의원들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장악위원장, 방송탄압위원장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해 총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시도를 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 지명 결사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이 후보자는 '국민 청문회'를 거쳤다. 언론장악 행태 외에도 자녀의 학교폭력 은폐, 농지법 위반, 부인 인사청탁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시간조차 아깝다"며 격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촉구하며 "대통령실은 이동관 특보를 '언론 관련 풍부한 경험과 인간 관계, 네트워크가 있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는데 맞다"며 "(이 후보자는)언론 탄압과 사찰, 극우 유튜버로 화려한 경험을 쌓았다. 오직 '권력 수호의 해바라기' 인간 관계로 이력을 채워넣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
기본소득당과 진보당도 일제히 지명 철회 의견을 밝혔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가뜩이나 극우 유투버들이 활개치는 상황인데 방송까지 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고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에 하루종일 소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수많은 국민의 우려를 무시하고 정면돌파를 감행하는 이유는 이 후보자가 언론장악과 관련해서는 국내 최고의 경력자이자 능력자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항상 목놓아 외치는 '자유'를 스스로 짓밟는 이중적 모습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언론장악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서도 임명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문을 냈다. 이들은 이 후보자가 "사상 최악의 언론탄압으로 기록되는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사찰과 탄압의 장본인"이라며 "도덕성에서도 이미 국민 눈높이에는 낙제점인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전 정권이었던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지명에 관해 '방송 장악'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정부 엄호에 나섰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해 종편의 입을 막으려 한 언론탄압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자행됐다. 이런 걸 '방송 장악'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야말로 방송 장악의 야욕을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방송의 질서를 새로 잡아서 국민의 방송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추진력과 전문성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적임자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 달 공식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4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MB 정부 당시 언론 탄압 △아들 학교폭력 은폐 의혹 △부인의 인사청탁 △하나고 학사 개입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임명 불가 입장을 강하게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한다고 할까.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 시민단체가 모두 그 대응에 골몰하고 있는 이슈.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 되는, 소통이 잘 되는 정보 유통 환경을 기울이는데 총력 기울이려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진영 논리의 이해와 충돌을 빚는 패러다임에 갇혀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명과 동시에 '가짜뉴스'를 언급한 것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진영간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