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발맞춘 與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제한·불법농성 천막 규제"


하태경 "민주노총·전장연·대진연, 3대 불법폭력시위 단체"

국민의힘이 27일 집회·시위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이 권고한 지 하루만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이만희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8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27일 천막 농성을 규제하고 불법 시위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정부에 집회·시위의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시법 개정을 권고한 지 하루만이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노총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을 '3대 불법 폭력 시위 단체'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9차 회의를 열고 경찰청으로부터 불법 폭력 시위단체 현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결정했다. 하태경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불법 폭력 시위단체는 기획재정부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침이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삭제됐다"며 "특위가 규정 복원을 요청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불법 시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의힘은 농성 천막 철거를 용이하게 하는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 위원장은 "불법 농성 천막의 경우에도 해당 구청 요청이 있을 때만 경찰이 철거할 수 있다"며 "한 구청의 경우, 10년째 협조를 안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에서도 3번 정도 해당 구청에 철거를 요청하고, 그래도 철거를 안 하면 경찰청이 재량껏 할 수 있게끔 '불법농성 천막 규제법(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천막 농성장 77곳 중 22곳을 민주노총이 운영하고 있다"며 "10년째 안 치우는 게 울산에, 9년 된 게 경북 구미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중에도 더불어민주당이 5곳을, 정의당이 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특위 위원은 "불법 천막의 경우 현재는 주된 책임 자체는 지자체에 있다"며 "경찰이 직접 천막을 철거하는 경우는 불법행위가 진행되거나 직후, 아니면 지자체가 요청했을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성향 등에 따라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경찰청이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취합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민주노총과 전장연, 대진연을 '3대 불법 폭력 시위 단체'로 규정하고 보조금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불법시위 단체'는 시설 점거와 경찰관 폭행 등 불법 폭력을 상습적으로 행사하고 불법시위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가 소속된 단체"라고 설명했다.

하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불법 폭력의 제왕"이라며 "경찰청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구속자가 발생한 불법 폭력시위 사건을 정리했는데, 78건 중 67%인 52건이 민주노총 사건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장연은 올해만 불법 행위가 23회"라며 "대진연은 좌우 가릴 것 없이 태러했고, 태영호 의원이 주공격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동률 기자

그는 "대다수의 불법 폭력 시위단체는 소위 진보성향 단체"라며 "이는 한국 진보가 법치주의를 존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법을 존중하는 DNA가 있다. 진보는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하다. 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법보다 선동, 점거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방침은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이권·부패 카르텔에 정부 보조금 전원 폐지"를 강조해 왔다.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26일) 온라인 국민 참여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청과 국무조정실에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벌칙 규정 보완 등을 통해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국무조정실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와 경찰청에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3주간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18만2704표 중 71%에 달하는 12만 9416표가 규제 강화에 찬성했다.

강 수석은 "게시판 댓글을 통한 자유토론에서 13만여 건의 의견이 제시됐고 이 중 10만 8000여 건이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며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현행 요건을 유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만5000여 건(12%)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지난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 결의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는 모습. /장윤석 인턴기자

그러나 온라인 투표와 댓글 토론으로 숙의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헌법은 5000만 국민 의사로 만들어진 가장 기본적인 규범이다. 국민투표를 거쳐 만든 것이 헌법이고 그게 보장하는 게 기본권"이라며 "온라인에 접근할 수 있는 몇몇 일정한 사람들의 의사를 가지고 국민의 의사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의 기본권을 인기투표 방식으로 제재하겠다는 건 헌법에 대해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방향이 사실상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를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민과 소통하거나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대화나 합의로 정치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힘의 정치를 펼치려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거면 안 하면 되는데 시민단체를 범죄 집단화하고 악마화한다.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들을 이간하는 것"이라며 "민주 정치의 가장 기본인 공공영역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당정은 지난 5월에도 민주노총의 도심 노숙 집회를 계기로 심야 집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박성민·이주한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 의원 안은 심야 집회(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를 금지한다. 이 의원 안은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집회·시위에서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제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도로 점거, 소음 규제 강화가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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