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상민 탄핵소추 '기각'에 셈법 분주…정쟁 가열


與, '야권 책임론' 부각하며 압박
野, 무리한 탄핵 선 긋기…이상민 사퇴 촉구

헌법재판소는 25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이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했다며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야권은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장관이 이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헌법재판소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여야의 셈법이 분주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을 띄우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반면 야권은 이 장관 공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국 주도권을 두고 여야 간 정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헌재는 25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9명 전원 만장일치로 기각을 결정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 미흡함은 인정했다. 다만 직무집행 과정에서 재난예방에 대한 의무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지 않으므로 이 장관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법 위반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 장관은 직무가 정지된 지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지난 2월 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재의 선고 이후 국민의힘은 야권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렇게 무리한 탄핵으로 정부와 국민이 겪어야 할 피해와 고통은 매우 컸다"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적 책임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국민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헌재 결정에 대해 "오로지 현 정부에 대한 국정 방해와 국민 분열을 목적으로 탄핵소추권마저 정치 공세 무기로 삼은 무도한 야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와 정치적 탄핵소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이익을 고려, 무리하게 탄핵소추를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이 장관 탄핵심판 태스크포스(TF)는 입장문에서 "대규모 사회재난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이 사퇴하는 것은 정치와 통치의 영역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탄핵심판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과 다수 국민은 이 장관을 더 이상 행안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소위 ' 식물 장관'이나 다름없다"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고,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심판대에 올랐다는 오명을 짊어진 이 장관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즉각 사퇴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복구 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159명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참사 후 270일 지난 오늘까지도 윤석열 정부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며 "헌재 판결로 이 장관 탄핵이 기각됐지만, 이것이 윤석열 정부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여야 간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고리로 국면 전환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수해 피해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여당은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등 여러 이슈로 야권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32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36.6%, '부정 평가'는 59.9%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했다. 정당 지지율(7월 13~14일 조사)은 국민의힘이 37%, 민주당은 44.2%를 각각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야당은 '역풍' 차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헌재 판결 이후 (여당이) 자꾸 무리하게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되물으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분명하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이 정부·여당의 지지율 변동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여러 달이 흘렀고, 헌재가 이 장관의 발언 등 부적절한 부분도 언급하는 점에서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여당 한 원외 인사는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수해 피해가 발생하는지가 변수"라며 "국민은 법률적 이슈보다 민생에 더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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