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조부모가 3선 의원?"... 헛소문에 국회의원 '진땀'


野 김의겸 "조국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구설
與 박수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내비게이션' 탓" 발언도 뒷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소문과 조부모가 3선 국회의원이라는 글이 확산했다. /남윤호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학폭 초등생 부모'에 소동 일어난 국회?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식에 많은 시민이 안타까워하고 있어.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는 1학년 반의 담임이고 학교폭력 담당 교사였는데, 관련해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해. 교육청에까지 불려 갔다고. 그런데 이 사건으로 국회에 소동이 일어났다며?

-그 악성 학부모가 '3선 의원'이라는 말이 돌면서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지. 처음엔 김성주 서초구 의원의 이름이 지목됐어. 김 구의원 프로필에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서 활동하는 '좋은 아버지회 회장'이라는 이력이 있었거든. 김 구의원은 아니라고 즉각 부인했지.

-다음에 지목된 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었어. 한 의원은 3선인 데다 그 학교 바로 옆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해. 19일 오후쯤부터는 한 의원으로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어.

-급기야 20일,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알고 있는데 보도가 전혀 없다"고 했어. 그는 "곧 실명이 나올 것"이라며 "이 사안도 대단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 한 의원을 지목한 셈이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0일 해당 초등학교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 추모객들이 헌화하는 모습. /서예원 인턴기자

-한 의원은 곧 입장문을 내고, 이어 기자회견을 열며 적극 반박했어. 한 의원은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중학교 2학년이고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라며 "친손자들은 큰놈이 두 돌 지났고 경기도에 살고 있다"고 했어.

-한 의원의 해명이 있고 난 뒤엔 야당으로 불똥이 튀었어. '야당 소속 3선 의원'이라는 글과 함께 해당 의원들의 이름들이 떠돌았지. 학부모가 3선 의원이 아니라 '3선 의원의 변호사 딸'이 그 학부모라면서. 이번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목됐지. 서 의원 측은 "딸이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해.

-학교 측이 "거론되는 정치인 가족은 이 학급에 없다"고 확인하고서야 소동이 잠잠해졌어. 학교 측은 A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았고 교육청에 불려 간 적도 없다고 했어. A 씨가 맡은 학급이 담임이 두 번이나 교체된 문제의 반이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

-'3선 국회의원 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고 해. 한 의원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밝히자, 글을 처음 올렸다는 B 씨가 한 의원에게 사과하며 선처를 구했다고 전해져. 한 의원으로서는 참 속 뒤집혔을 것 같아.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었던 김의겸 의원이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을 비판하려다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궁평 지하차도를 비유해 구설에 올랐다. /이새롬 기자

◆'조국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김의겸, 또또또 발언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었던 김의겸 의원이 지난 17일 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네?

-이날 전국이 수해로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을 두고 민주당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 이들은 "국가 재난 상황에 보이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보"라고 꼬집었어.

-김 의원은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궁평 지하차도는 침수 피해로 1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지역이야. 발언이 알려진 직후 김 의원이 부적절한 비유를 들어 수해 지역 피해자와 사망자를 비롯해 유족을 모독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

-오송 지하차도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김 의원의 페이스북을 찾아 유족과 지인들에게 사과하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어. 김 의원은 결국 당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려던 마음이 앞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거듭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남겼어.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를 비롯한 구조인력이 침수차량을 조사하는 모습. 지난 15일 하천수 범람으로 인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동률 기자

-당내에서도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을 비판하려다가 되려 막말 논란으로 여당이 비판할 만한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왔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이 기삿거리가 된다고 보고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정말 말실수한 것이다. 수해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은 SNS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려는 메시지를 내려다가 오히려 '물타기' 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어.

-반면 당 지도부는 본인이 사과했으니, 별도 징계는 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 19일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여러 의원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 전달한 것으로 안다. 당에서 공식적 입장을 내거나 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하더라고. 다만 박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모두발언에서 수해와 관련해 "한 분 한 분의 언행이 어느 때보다 민심에 미치는 영향 크다"고 말하며 의원들의 주의를 요구했어.

-김 의원이 사과문을 남긴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중에 "'칼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사과한다고 아물지 않으니 사과할 말은 애당초 하지 말기를 기대한다"는 말이 있더라. 사실 김 의원이 본인이 발언 논란으로 문제가 된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김 의원이 이들의 말을 잘 새기고 수해 상황에서 정치인이 새겨야 할 자세와 해야 할 말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이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내비가 우회로를 안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내비게이션' 탓 뒷말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어. 재산 피해는 물론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발생했어. 이런 가운데 여야는 수해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고, 행정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맞아. 수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힘을 모으고,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기에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여야는 다투고만 있어. 온라인상에서 비통하고 참담하다는 비판 댓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은 정치권에 대해 실망감이 큰 모양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권의 발언도 국민의 공분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늑장 대응 논란에 휩싸인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20일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어. 그것도 충북도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이같이 언급한 거야.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어.

오송 지하차도에 침수된 버스는 폭우 당시 도로 통제로 운행 노선을 바꿨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오송습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해양경찰 대원들을 비롯한 구조대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의 '내비게이션' 발언도 뒷말이 나와. 박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내비가 우회로를 안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어. 그는 "요즘 운전자들은 길을 외워서 가기보다는 내비가 시키는 대로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며 "호우경보가 내리면 지하차도 등 침수우려지역을 우회하도록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있다"고 했어.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에 침수된 버스는 폭우 당시 도로 통제로 운행 노선을 바꿨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어.

-민주당은 논평까지 내며 박 의원을 비판했어. 한민수 대변인은 18일 "이제는 집권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이 내비게이션까지 탓하나"라면서 "내비게이션에 침수지역 정보를 제공하자는 제안을 붙였지만 국민들 눈에는 여당의 수준 낮은 책임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어.

-뒷말도 나와. 민주당 의원실 한 비서관은 "길을 외워서 다니면 참변을 피할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라면서 황당했었다고.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 몸담았던 한 여권 인사도 "어떤 취지의 발언인지는 알겠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멋쩍은 듯 웃더라고. 모쪼록 여야는 비 피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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