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김정수 기자]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20일 홍준표 대구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을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조속히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리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부족한 공감 능력을 드러내는 건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수해로 안타까워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집권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응당 국민과 아픔을 함께해야 한다"며 "이 사안을 신속하게 직권 상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권 상정 후에 (홍 시장이) 공식 사과해 논란 확산이 차단되기는 했다"면서도 "윤리위로서는 이미 벌어진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홍 시장의 지난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가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에 저촉된다고 봤다. 또 홍 시장이 17일과 18일 언론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유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대구 소재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폭우로 인해 1시간 만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17일 자신의 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고 강변했고,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부적절하지 않았다. 트집 잡지 말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어 18일 당 지도부의 진상조사 착수에 "국민 정서법에 기대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반박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홍 시장은 19일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 위원장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공무원으로서 법령을 위반했는지, 메뉴얼을 준수했는지 와는 별개로 당원으로서의 윤리위 규정 위반과 윤리 규칙 위반 여부는 징계사유가 된다고 판단한다"며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또는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 해당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자연재해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선약이 돼있는 경우도 동일하다.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리위는 오는 26일 회의를 통해 홍 시장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고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다. 홍 위원장은 "추가 소명이 필요하면 그날 징계가 안 될 수 있지만 조속하게 마무리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그날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안팎에선 윤리위가 홍 시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2006년 '수해 골프'로 제명된 전례가 있어서다. 윤리위 역시 과거 사례와 징계 처분 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기윤 국민의힘 윤리위원은 이날 윤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때도 그전에 사례가 어떻게 됐었는지 검토했었다"며 "과거에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한 징계 처분 결과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은 홍 시장의 사과와 관련해 "사과하는 분과 사과하지 않는 분은 양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은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수해 현장을 찾아가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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