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는 20일 '수해 골프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홍 시장은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전례에 따라 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홍 시장 수해 시 골프 논란 관련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직권 상정한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대구 소재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폭우로 인해 1시간 만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홍 시장은 "부적절하지 않았다. 트집 잡지 말라"고 주장했고, 18일 당 지도부의 진상조사 착수에 "국민 정서법에 기대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19일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리위는 당 윤리규칙 제22조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 또는 대형 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 안팎에선 전례에 따라 윤리위의 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홍문종 전 의원은 수해 복구 중이던 강원도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됐고, 당시 윤리위는 홍 전 의원에게 '제명' 조치를 내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이) 사과했기 때문에 윤리위 판단에 어느 정도 참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4일이 지나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의원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당은 자연재해 와중에 골프 등으로 인한 물의가 일어났을 경우 엄정 대응한 전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직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서로 아프고 공감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메뉴얼에 따랐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고위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 홍 시장을 비판했다.
윤리위가 징계 개시로 결론을 내린다면 추후 홍 시장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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