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여야가 2030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표심은 잡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는 무당층 비율이 높고 중도 성향이 강해 내년 4·10 총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앞세운 '세대 포위론'으로 대선 승리를 이끈 국민의힘은 적극적으로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청년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청년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000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가 있다. 지난 5월에는 당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출범하며 김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토익 성적 유효기간 연장 △예비군 처우 개선 3권 보장 △취업 지원자에 대한 '개인정보 알·파·고(알림·파기·고지)' 의무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김 대표가 직접 '청년 패키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452억 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1140억 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유급 근로장학생 수 확대(12만4000명→13만4000명) △생활비 대출 한도 확대(350만 원→ 400만 원) 등 4가지다. 청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해 당 정책위에 청년부의장 직을 신설하고 '정책해커톤 청년ON다' 공개 오디션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의 지지율, 특히 20대 이하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크게 힘을 못 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3.1%) 결과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4.2%, 국민의힘이 37.0%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0.4%포인트 상승했지만 국민의힘은 1.0%포인트 하락했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종전 5.8%포인트에서 7.2%포인트로 벌어졌다.
20대 이하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은 45.7%, 국민의힘은 31.1%로 나타났으며 30대에서는 민주당이 43.1%, 국민의힘이 35.2%로 나타났다. 특히 무당층의 비율이 높았는데, 20대 이하에서 무당층은 21.2%에 달했으며 30대는 15.8%로 나타나 전체 14.1%보다 높았다.
같은 기관의 직전 6월 4주 차(6월 19~23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 43.8%, 국민의힘 38.0%로 집계됐으며 무당층은 12.1%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에서는 민주당 38.0%, 국민의힘 32.8%로 나타났으며 무당층을 21.1%로 나타났다. 30대에서는 민주당 42.0%, 국민의힘 38.6%, 무당층 1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20대 이하만을 놓고 봤을 때 국민의힘은 5월 3주 차(5월 15~19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를 제외하고는 3월 1주 차(2월 27일~3월 3일) 이후 민주당에 뒤처졌다. 5월 3주 차에는 민주당 42.4%, 국민의힘 38.5%, 무당층 14.0%로 집계됐는데, 20대 이하에서는 민주당 35.0%, 국민의힘 42.4%, 무당층 16.4%였다(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는 현재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사태가 터졌을 때다.
당내에서는 청년 정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에 비해 청년 정책에서 앞서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20대는 특권에 민감한 세대"라며 "최근의 부정적인 이슈들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최근의 실업급여 논란을 짚으며 "실업급여 문제를 지목했지만, 그래서 청년 실업을 해결할 대안을 내놨느냐"며 "그런 점에서 반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처럼 2030세대를 대변하는 스피커도 없다"며 "당내 청년 인사들도 정권을 비호하기에만 바쁘다. 이런 점에 반감이 크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정치권 자체가 국민에게 불신받고 있다"면서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20대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 해임 과정 (문제가) 가장 컸을 것"이라며 "당내 청년 인사들은 2030세대를 대변하기보다는 지도부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민주당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6070세대에는 그게 먹히겠지만, 2030세대에는 매우 비논리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20대 지지율은 민주당도 안 나오는 부분"이라며 "특정 정당의 문제를 떠나 이전 세대에 비해 일체감을 느끼는 정당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0대 이상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성향에 따라 정책 찬반을 결정한다면 2030세대는 그게 약하다"며 "정책으로 환심을 사기 더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정책이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깊숙한,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며 "김 대표의 정책 제시는 얄팍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천 원의 아침밥'의 경우에도 대학생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침밥 비용이었겠나. 비용으로 따진다면 학비, 생활비, 특히 주거 비용일 텐데 그런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며 "그런 정책은 '우리가 만만해 보이냐'는 반감을 사기 충분하다.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냉담함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20대 지지율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20대 유권자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실업급여 논란을 봤을 때 청년세대의 노동에 대한 인식과 동떨어졌다. 수능 킬러 문항 논란의 경우에도 수능을 친 지 얼마 안 된 세대에게 부정적으로 비췄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우경화 기조에 대해 "20대 남성이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해도 극우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보수성향이 강하다 해도 극우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게 정파적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2030세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지금의 20대는 민주화 이후의 세대인데 찍어 누르는 듯한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나, 극우 행보에 반감이 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기대한 공정, 상식 등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일례로 김건희 여사 일가 부동산 특혜 논란이 있다. 그곳에 선산과 엄청난 땅이 있는데 우연히 그렇게 됐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청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정을 외치지만, 윤 대통령의 공정이 청년이 생각하는 공정이 아니고, 자유를 외치지만 청년이 생각하는 자유가 아닌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이런 대통령의 행보에 일사불란하게 대변하는 모습을 보고 지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