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장마철 집중호우로 전국에 사망자를 포함한 수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여야는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취소하고, 지도부는 수해 현장으로 떠났다. 이날만큼은 지속하던 정쟁도 뒤로 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하는 하루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가 오송·공주·청양 등 충청도 일대 수해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저녁 5박 7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전날엔 윤재옥 원내대표가 충북 괴산, 경북 안동‧예천을 찾아 피해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방문한 김 대표는 "과거 대책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계획들을 세워야 하고, 그에 맞춰서 전국적으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수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당정은 행정안전부를 포함해 환경부·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등 관계 부처와 논의와 검토를 진행한 후 수해 대책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며 재난 앞에 최대한 낮은 자세를 요청했다. 당 공보실은 원내 공지를 통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수해 상황과 관련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오늘부터 당분간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수해 복구 피해와 민생 안정을 위해 시·도당별로 '재해대책 및 복구지원 상황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시·도당별 재해대책 및 복구지원 상황실 운영을 통해 중앙당과 시·도당 간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긴급사태 발생 시 당력을 하나로 집중해 신속한 대응 및 전(全)당원 복구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이재명 대표가 오송 지하차도 현장을 찾은 데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충남 청양군·공주시 등을 찾았다. 박 원내대표는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청양군 수해 현장에서 "비닐하우스 등을 들여다보니 작물들 중 도저히 건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라며 "피해를 조속하게 산정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국회 국토위·행안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수해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회의에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참석도 예고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러나 국토부가 재난 대책 주무 부처인 점을 감안해 전체회의는 잠정 연기됐다. 환경노동위원회와 농해양수산위원회 소위도 미뤄졌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해 재난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해 재난 피해자들을 향해 "특히 10년 만에 최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정부를 겨냥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결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취약 시설에 대한 신속하고 선제적인 안전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상황 속 해외 순방을 지속하는 것이 국정 수권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침수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연기,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이유에 대해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았고,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은)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상식적이지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이 국민과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수해 복구와 피해 상황 파악에 집중했지만, 이후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 책임론'으로 공방을 치를 예정이다. 또 유럽 순방 도중 현지 언론을 통해 명품 매장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온 김건희 여사를 향한 논란도 여야의 공방 소재가 될 전망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국민이 재해 한복판에 있을 때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장관도 보이지 않았다. '국민 안전은 국가가 무한 책임'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는 모든 정쟁을 중단하고 최대한 복구를 빨리해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면서도 "(당장은 여야가 현장에 집중했지만) 국가 재난에도 귀국하지 않고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윤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 제기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