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75주년 제헌절을 맞아 "이번 개헌은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3개 항에 국한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과거 여러 대통령께서 개헌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개헌이 이슈 블랙홀이 될 것을 염려해 개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대통령과 국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수준에서 개헌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관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정 구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이루고 있다"며 "현행 5년 단임제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에 관해선 "국회가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추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를 도입하면 국무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총리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에 관해서는 "이미 여야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제도 도입 당시보다 사회적 여건이 개선됐다"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정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우리 사회에는 1987년 이후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헌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이러한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삼아 다가오는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절차법'을 제정해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 개헌 기반을 마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현행 법률 체계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을 처리하는 절차만 규정하고 있다"며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준비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헌 공론화 과정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하고, 임기와 관계없이 개헌에 관한 숙의와 공론 절차를 담당할 국회 상설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저는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는 국민 공론제도를 도입하고, 상시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국회상설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개헌절차법' 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면 아일랜드의 시민의회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해 개헌을 추진하고, 공론조사를 비롯해 숙의 민주주의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선 "상반기 내내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향해 "이미 선거구 획정 시한을 석 달 넘게 넘긴 만큼 최단 시간에 협상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 의장은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려 피해를 본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갑작스러운 수해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많은 분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하겠다"면서 "관계 당국은 수해 현장을 신속히 복구해서 피해를 최소화해 주실 것을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