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IAEA 보고서' 발표 앞두고 "괴담·선동, 운동권의 대선 불복"


민주당 '괴담' 공세에 "오염수 공세는 반정부 투쟁"
국민 건강 우려 진영 대결로 끌고 간다는 지적도

민경우 대안연대 공동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선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민 대표는 386 운동권 출신으로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야권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386 운동권의 대선 불복 투쟁'으로 규정, '괴담 선동' 대응 차원을 한층 끌어올려 전선을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를 여당이 진영 대결로 끌고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386 운동권 출신'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를 초청해 이같은 내용의 강연을 들었다. 민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한미FTA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팀장으로, 이날 강의에 앞서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386 운동권'으로 소개됐다.

민 대표는 강연에서 "광우병 시위는 '이명박 퇴진·탄핵'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불복하는 거대한 반정부 투쟁이었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시위도 1년 후면 다 잊힐 것이다. '윤석열 탄핵·퇴진'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의 배후에 '386 운동권'을 지목하며 2008년 광우병 시위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그는 광우병 시위의 배경으로 "2007년 12월 대선이 끝난 다음부터 이명박 대통령 탄핵·퇴진 이야기가 무차별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면서 "광우병 시위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이명박 탄핵' 운동이 활성화된 상태였다. 그 분위기가 충만한 가운데 광우병이 얹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광우병 시위 당시 거리의 대중은 관심이 없었다. 군중의 흐름에 쓸려간 것"이라면서 "광우병 싸움이라는 것은 훗날 우리가 13년 전, 15년 전에 있었던 일을 그렇게 네이밍하는 것이지, 그 당시 투쟁의 핵심은 이명박 퇴진 탄핵이었다. 기저에 깔린 정서는 본질적으로 선거 불복"이라고 분석했다.

민 대표는 이어 "광우병 괴담이 한 번 먹혔다. 광우병에서 시작한 '괴담 정치'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끝장내야 한다"며 "운동권은 보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친일파'의 잔재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가 그런 게 아니라 전체적인 386 운동권 기저에 그런 정서가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에 대한 함의도 모두 선거 불복을 골자로 한 반정부 투쟁"이라며 "대중 여론, 전문가 의견의 분포를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야당에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은 '운동권 전향자'로부터 야당 주도 시위를 비판하는 강의를 들으며 '괴담 선동'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운동권 출신 횟집 사장' 함운경 씨를 초청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반일 민족주의"로 주장하는 강연을 들었다. 함 씨는 강연에서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의 싸움이기도 하고, 더 크게는 반일 민족주의와의 싸움,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와 대선 불복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후쿠시마 문제는 괴담이든 아니든 하나의 의제로 다뤄져야지 정권의 문제나 체제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논리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거기에 대해 불안해하면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괴담으로 몰아붙이면서 정쟁화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정권 퇴진' 구호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정권 퇴진'은 언제든지 외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세는 IAEA 최종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더욱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고, 민주당은 이달부터 '오염수 방류 방지를 위한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선 상태다.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괴담 선동'으로 축소하면서 국민적 반감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 노력하고 있다. 앞서 광우병 사태·세월호 참사 등에서 후폭풍으로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를 겪은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과학 대 괴담', 나아가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전선을 형성해 보수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실력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잘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상대방을,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탓하며 적으로 규정하는 전략을 계속 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오염수 방류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며 "불안에 떠는 국민을 마치 민주당이 선동해 그런 것처럼 판을 짜는 건 국민을 속이려는 정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 보고 후속 대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IAEA 최종 보고서만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386 운동권의 괴담 선동' 주장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 소장은 "IAEA는 처음부터 일본의 방류 계획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만 검토하겠다고 했다. 해양 방류도 IAEA가 일본에 권고한 내용"이라며 "IAEA는 각 나라의 핵발전소 기관이 모인 곳으로 사실상 원자력 산업계를 대변하는 국제기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해사기구(IMO) 등 원자력 산업과 관계없는 기관이 오염수를 해양투기 할 경우 어떻게 될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보고서라면 참고가 될 것"이라며 "관련 있는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요구하면 가능성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론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는지'에 관해 물은 결과(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3.1%포인트, 유무선 전화 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0.9%)를 보면 '매우 걱정된다'가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가 16%로 조사됐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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