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준영 "한중 갈등의 본질은 북한…지금 분위기 기회 삼아야"


"싱하이밍 논란으로 한중 간 극명한 인식차 드러나"
"한중이 北문제 논의해야 韓 대미외교에도 공간 생겨"

한중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3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한중 갈등은 결국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생기는 것이라며 한중이 주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동대문=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동대문=조채원 기자] "이제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던 한중 갈등의 본질, 북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논란은 한중 간 극명한 인식차를 보여 준 사례"라며 "지금이 오히려 대한민국이 처한 최대 어려움인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수교 30년 간 경제·인문사회·인적 교류를 확대한들 결국 갈등은 사드 배치,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생기지 않느냐"면서다. 강 교수는 대만 국립정치대학 박사 출신의 양안관계, 중국 정치경제학 전문가다.

강 교수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에 대해 "이전 정부가 친중 정책을 펼쳤지만 중국은 한국이 기대하고 요청했던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북한은 핵을 보유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핵 고도화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으로 돌리는, 중국의 관행적 태도를 정리하고 싶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중국의 역할 부재를 북핵 위협 현실화의 이유로 판단하고 대응책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택했는데, 중국은 북한 문제를 쏙 빼고 '왜 미국과 일본 편에 서서 우릴 압박하느냐'는 불만을 부적절하게 표출한 데서 한중갈등이 표면화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어 "한중이 주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논의해야 미국에 안보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중국으로 움직일 공간이 생길 수 있다"며 "북핵이 고도화할수록 중국도 북한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 역시 우리가 중국에 '북한을 이야기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최근 '싱하이밍 사태'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어떤 국가든 '안전 보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 정부는 북핵에 맞서 안보 문제부터 확고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고 그 기조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로 이어졌다.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에는 중국이 '주요 협력 국가'에 포함돼있다. 다른 국가의 인태전략은 통상적으로 중국을 견제·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과 차별화한다. 미국 눈치를 보면서도 경제에선 중국이 중요하다고 이미 선언했던 셈이다. 워싱턴 선언 후 안보에선 흐름을 잡아놨다고 판단하고, 고위급 대화 재개 등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와중 나온 게 싱 대사 논란이다. 사실 중국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표출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방미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라는 시기, 야당 대표를 불러 공개적으로 준비했다는 듯 종이를 꺼내 읽어내려간 방식 면에서 싱 대사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주중한국대사가 베이징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면 중국은 어떻게 반응했겠나. 올해 12월로 예정돼있던 한일중 3국 정상회담 얘기도 지금 쏙 들어가 버렸다.

강준영 교수는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대해 양국이 일단 비교적 접근이 쉬운 경제산업 분야에서부터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보자는 실질적인 접근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새롬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년만에 중국을 방문했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해 11월 발리 G20 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두 정상은 '갈등이 충돌로 비화되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고위급 소통'에 합의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른바 '정찰풍선 사건'으로 무산됐다. 그리고 5월 히로시마 G7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 먼저 손을 뻗은 셈이다. 대화와 소통 루트는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방중이 성사됐다.

미국이 미소 냉전이 이념·군비경쟁 위주로 진행됐던 것과 소련이 갖지 못한, 글로벌 가치사슬 40% 가량을 차지한 중국에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고 평가한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선언한 중국으로서도 서방 세계 자본을 유치하려면 미국과 각을 세우는 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미국이 인권문제, 대만문제 등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소통 창구를 열어놓으려는 측면도 있다.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만났으니 친강 중국 총리의 방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방중 등 고위급 인사 간 교류가 이어질 수 있다. 양국이 일단 비교적 접근이 쉬운 경제산업 분야에서부터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보자는 실질적인 접근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단독 회담 가능성도 높게 보인다.

- 한중관계는 복원 혹은 재정립의 모멘텀이 없을까.

싱 대사 논란에서 한중 간 인식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으니 대화를 시작할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낼 시점이다. 그러려면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평화는 북한이 핵을 안 쓴다는 전제 하의 평화, '핵 있는 평화'다. 근본적인 비대칭 상황에서 평화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현 정부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북한의 우려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는 북한이 한반도와 주변 국가의 안보를 해치는 가해자지 어떻게 피해자가 될 수 있나. 한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며 중국에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이유다.

강 교수는 요새 분위기가 오히려 한중이 이념·가치가 아니라 현안(懸案)을 이야기할 기회라며 북한 문제를 적극 논의해 해결하자고 중국에 목소릴 높일 때라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오히려 요새 분위기가 한중이 이념·가치가 아니라 현안(懸案)을 이야기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존 문제에 봉착할 만큼 직접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이 문제를 적극 논의해 해결하자고 중국에 목소릴 높일 때다. 핵을 포기하게 하는 건 어렵겠지만 남북한 레드라인 설정·관리의 방향성은 중국이 가장 잘 제시할 수 있고, 그 방향성만 잡히면 우리 외교의 대미공간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행사하려 하게 되면 중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게 해야 한다. 합의를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 쉽진 않다. 중국은 여전히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되풀이한다. 북한의 존재가 전략적 자산으로써 더 효용이 크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주고 받을 게 없으니 한중관계는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투표권 등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반중감정을 국내정치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는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결정한 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중국의 정치체제, 북중관계 등을 생각하면 중국이 다른 나라와 같다고 보긴 어렵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정치적 이념에 따라 좌우로 갈라지는 우리사회는 이런 '특수 상황'을 포용할 만큼 성숙하진 못하다.

그렇지만 특정 국가 국민의 투표권만 폐지하는 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 국내거주 요건을 5년 등으로 늘리는 방안, 영주권 유지 요건에 의무거주 기간을 도입하는 등 요건을 강화해 더 선별적으로 권리를 부여하자는 데에는 여야 간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반중, 반한정서로 인한 양국갈등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한국의 대중 비호감도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공산당의 일당독재,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등 막연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서방·한국 언론의 중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왜곡된 보도 때문이라는 식으로 떠넘겨왔다. 이를 수용하는 중국인들도 반한정서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양국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인적 교류를 활성화 해 정서적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나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존중·공동이익을 추구할 건데 한중우호재단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나. 정부가 양국 갈등 해소에 나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장 등 민간 영역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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