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당인 주류' 민주당 혁신위, '도덕성 회복' 외치며 출발


김은경 "정치권에 빚 없어…민주당 전면 혁신할 것"
혁신위 첫 의제는 '돈 봉투 의혹' 진상조사

민주당이 20일 김은경 체제 혁신기구 첫 인선을 발표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외부 전문가 5인과 원내 인사 2인으로 꾸려진 7인의 혁신위원 구성을 공개하며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김은경 체제' 혁신기구 첫 인선을 발표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외부 전문가 5인과 원내 인사 2인으로 꾸려진 7인의 혁신위원 구성을 공개하고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 긋기에 나서며 향후 혁신 의제에 대표의 리더십 의제는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당 혁신기구 첫 회의를 열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 위원장 주재로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15일 위원장 임명 이후 5일 만이다.

김 위원장과 함께 새롭게 혁신위에 선임된 혁신위원들은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이해식 의원 △이선호 울산시당위원장 등 7명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민주당의 도덕성 회복'을 최우선으로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하며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진상조사를 혁신위 첫 과제로 선정했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으로 선임된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연구원 교수, 이해식 민주당 의원, 이선호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민주당 제공

그는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국회의원(김남국) 코인(가상자산) 투자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코인 논란'의 경우 의원 개인의 일탈이지만 '돈 봉투 사건'의 경우 조직적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에 혁신위 차원의 쇄신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임명 전 한 언론에서 돈 봉투 사건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선 "사적으로 한 이야기였다"라며 "혁신위원장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민주당에 정치적·법률적 책임이 있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을 향한 혁신위 차원의 자성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이토록 무능한데도 국민들은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기득권 정치의 표상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에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과 비전의 정당이 돼야 한다. 혁신위는 국소 수술이 아니라 '전면적 혁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혁신위원도 소개말에서 "저에게 초등학교 5학년 된 딸이 있는데,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하니 딸이 '엄마...구려'라고 하더라. 웃고 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생각해 보니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딱 그런 것 같다"라며 "정치가 더 이상 '구릴' 것이 아니라 우리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혁신위 구성이 '친명' 성향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해식·이선호 위원은 당내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이고, 윤형중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의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이었다. 또 차지호 위원도 대선 때 이 대표의 대리인으로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혁신위 인선은 계파와는 무관한 인사라고 부인했다. 그는 '(인선 중) 이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고 지지 선언을 한 사람도 있다'는 지적에 관해 "두 분 정도가 확인이 됐는데 계파는 없다. 특정한 분은 팬데믹 시기 위기 대응과 관련해 본선 때 참여해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으로 친명·비명도 아니다. 계파의 이익, 일부 강성 당원의 요구, 현역의원 이해에 대해 한치의 관심도 없다"며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내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일절의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다룰 의제 중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은 논의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방탄 정당 지적, 팬덤 정치 등에 대한 시각을 묻자 "소위 말하는 사법 리스크는 이미 사법 판단 분야로 넘어간 것"이라며 "그 문제를 저희들이 관리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의 제도적 쇄신·혁신과제하고는 무관한 분야"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위 활동 기간은 명확히 명시된 바는 없지만, 9월 정기국회를 전후로 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혁신위는 출범하면서부터 '계파 갈등과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혁신위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여전히 긍정과 부정으로 양립하고 있다. 당대표가 '전권 위임'을 얘기했지만,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된 혁신위가 전권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원들의 관심사이자 의문점이다. 정치권에 몸을 담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인데, 정당 혁신의 방향부터 구체적 의제까지 혁신위가 구체적이고 주체적으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당내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혁신위의 향후 활동이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발언과 더불어 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남용희 기자

한 친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위 인선과 관련해 "아주 좋은 것 같다. 참신하기도 하고 자기의 영역에서 성과를 냈던 사람들이라 외부의 시선에서 민주당의 문제를 잘 간파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그는 "이 대표가 전날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발언한 것이 혁신위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 것 아니겠나. (혁신위와 이 대표가) 합쳐져 이 대표의 리더십과 입지가 더 확보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라고 하면 현재에 대한 문제 진단을 똑바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당에서 혁신에 대한 방향도 제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인을 끌어와 '당신들이 한번 고민해 봐라' 하면 뭘 하겠나. (인선이) 당내에서 잘 알려진 인물도 아니고, 준비되지 않은 혁신위라는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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