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법안 발의했던 민주당 '발끈'


민주당 노웅래·박주민 분리징수법안 발의
與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 반대는 내로남불"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민원실 인근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반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합리한 납부 방식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며 방어선을 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지정하는 자(한국전력)가 자신의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방통위는 오는 26일까지 예고 사항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는다.

현행 방송법 제67조는 KBS가 수신료 징수업무를 타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43조는 위탁 징수를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는 그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994년부터 한전은 KBS의 위탁을 받아 수신료 징수 업무를 해준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연간 400억 원 수준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전기료에 포함된 KBS TV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국민제안 결과가 근거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누리집에 'TV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참여자 5만6226명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 2025명이 반대했다.

수신료 통합 징수방식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KBS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징수 체계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효율성과 합리성을 갖춘 수신료 통합징수를 분리 징수 방식으로 변경하는 경우 공영방송 제도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오른쪽) 최고위원와과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1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두고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민수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TV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공영방송을 굴복시키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으로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것 아닌가"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장악 시도를 당장 그만두시라"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인 민주당 조승래·장경태 의원은 지난 14일 방통위 앞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 언론자유특위와 과방위 소속 의원들도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흔들기를 멈추라"며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2017년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해 4월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사가 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강제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노웅래 의원도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를 근거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의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방위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긴 하지만, 법안을 냈다는 자체가 수신료 분리 징수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합리적으로 수신료 징수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찬성하는 게 상식적이지,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단순히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따져 묻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방위 소속 한 재선의 의원은 통화에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했을 때 공영방송의 재원은 급감할 것이 뻔히 예견되지 않냐"면서 "KBS의 자구 노력 외 부족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방위 소속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정부가 공영방송의 재원 마련 구조에 대한 제정 준칙을 세운다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아무런 내용도, 대책도 없고 찬반 토론도 없다. 그렇기에 일차원적으로 정부가 KBS 경영진을 압박,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도 야당 때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을 낸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강효상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제안 이유로 매체의 다변화로 인해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보유하지 않아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포함해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것을, 분리 징수해 수신료 부과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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