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5일 출범 100일을 맞은 김기현 체제 국민의 힘은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당정 관계의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받으며, '코드 맞추기'에만 열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공존한다.
특히 야당의 잇따른 악재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에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집권 여당으로서의 존재감, 특히 대야 관계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당정 관계에서 안정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 취임 후 주 2~3회씩 이루어지는 당정 협의가 대표적이다. 소통이 늘어나면서 정책 엇박자가 줄어들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하는 지도부"라며 "역대 여당 중 당정 협의와 실무 협의를 가장 많이 하는 여당"이라고 평가했다.
'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가 됐다'는 비판에 대해 장 최고위원은 "모든 여당이 '여의도 출장소'라는, 상대 진영이나 당내 비주류의 비판을 들어왔다"면서 "문재인 정부 때도 민주당 지도부가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들었고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레토릭(수사)의 비판이 있던 건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김기현호 출범 당시) 급한 과제가 당정을 안정화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기반을 만든 다음 본격적으로 일을 더 많이 하고, 필요하다면 이슈도 많이 만드는 등 선후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여당인 입장에서 소란스럽게 당을 운영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준석 대표 체제 당시 이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어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으나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 취임 당시 당내 시스템이 무너져 있던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에도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로 '지도부 리스크'를 맞이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전환' 주장이 나오며 당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과 태 전 최고위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3개월이라는 중징계로 혼란을 수습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대표에 대해 "무난한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정부,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원활해지고 불협화음이 없다는 것. 안정적인 운영에 대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지지율을 올릴 방안이 뭔지는 한번 치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 악재가 겹겹이 쌓여있는데도 지지율이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더 밀리는 것 같다"고 하면서 "결국엔 우리 당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친명, 비명이 싸우면서 어떻게 보면 계속 살아있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우리 당은 역동성, 변화에 대한 기대감 이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비대위 전환설에 대해서는 "당원 투표 100%로 당선된 당대표가 취임 100일밖에 안 됐는데 비대위 얘기는 당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잘라 말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그리고 여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대표가 100일 동안 뭘 했는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초기에 최고위원들의 설화가 터져 나오고 나름 수습했지만, 김 대표가 본인의 색깔을 보여주거나 어젠다를 띄웠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그 결과 최근 민주당에서 엄청난 악재들이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반사이익 내지는 주도권을 가지고 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리서치앤리서치·동아일보가 지난 9∼12일 서울·경기·인천 유권자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울은 30.8%가 국민의힘, 35.1%가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는 국민의힘 30.6%, 민주당 37.4%로 나타났으며 인천은 국민의힘 30.8%, 민주당 35.7%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밀리는 양상이다.
'당정 일체'에 관해서도 천하람 위원장은 "당이 민심을 기반으로 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느냐 이런 게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나 이후 추가적인 개각 등에서 (대통령실에서) 일부 정책이 설익게 나왔을 때 당이 자기 목소리를 내느냐고 봤을 때 지금까지는 그보다 일단 조용하게 가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공천 시즌에 공천의 주도권을 용산 대통령실이 가지고 가느냐 아니면 당이 쥐고 가느냐가 김기현 체제를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천 위원장은 "최악은 막았지만, 그걸로 수도권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좀 더 확장적이고 공세적인, 지지율을 높이는 당의 역할이 있었냐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지지율이 현재 전국 단위에서 조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고 중도 확장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김 대표가 당을 안정시키고 당정 관계를 원활히 만들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매겼다. 다만 '당정 일체'를 강조하면서 당이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이 소통하면서 정책 엇박자를 줄이고 있지만, 당이 목소리를 내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을 따라가고만 있다는 비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 안 좋은 문제들을 가라앉힌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여당 안에서 정책적 리더십을 가지고 간다든지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봤다. 그는 "당이 민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이 없다"면서 '당정 소통이 늘어났다'는 평가에 대해 "당정 협의를 많이 하지만 형식적인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 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을 처음부터 내년 총선까지 불협화음 없이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안정적인 당 관리,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이 없는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력과 위상으로 당 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윤핵관의 힘으로 됐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이제 공천 문제에서 당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대통령실과 조율을 잘할 것이냐, 공정한 공천을 위한 제도적인 룰을 만들 것이냐는 눈앞의 숙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사 공천은 없다'라고 했는데 이게 대통령실의 생각과 맞는지는 두고 볼 문제"라며 "그 부분이 김 대표 리더십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김 대표가 당대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당과 대통령실의 원활한 관계"라며 "그런 측면에서 합격점"이라고 했다. 그는 "당정 관계 안정 후에 다음 기대는 집권당으로서 입법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자율성을 가지고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비판만 하면 되지만 여당은 다르다"면서 "그런데 지금 야당 비판만 하고 있다. 이건 여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여당에 가장 중요한 건 입법 성과"라면서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 가면서 야당의 요구도 들어주면서 정부의 국정운영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뭘 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 부분을 정치 경험이 많은 김 대표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으로서 역동적인 활동을 보여줄 때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