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청년 원외 정치인들의 모임인 '혁신의힘'과 에너지 전문가들이 한국전력의 적자 감소 등 전기요금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라고 분석하면서 한전공대 출연금 축소와 원자력안전법 정비 등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혁신의힘 주최로 '전기료 왜 올릴 수밖에 없었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대웅 전 한국전력 지사장과 황재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겸직교수가 발제자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와 송영훈 혁신의힘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말에서 "겨울철에 태양광패널이 얼어 새롭게 전기를 생산하기 어렵고,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다른 나라와 같은 설비를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을 문재인 정부 때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전기료를 굉장히 빨리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어떻게 하면 각 전기를 만드는 주체들이 지속가능하게 잘 경영될 수 있고, 수익을 창출하는 건강한 회사로 국민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 해법을 찾아주면 고맙겠다"면서 필요시 입법 등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지사장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유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신한울 3·4호기 공사 취소 등을 꼽으면서 오늘날 한전의 영업 손실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탈원전으로 2030년까지 손실이 더 늘어나 47조4000억 원의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전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92조8000억 원이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2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렸다.
김 전 지사장은 한전의 적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성·안전성·환경성을 고려해 설계수명이 다 돼가는 원전 10기를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해외 원전 신규 건설을 수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가동 중단 및 태양광·풍력발전 설비 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한전공대 출연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한전공대가 오히려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공대에 매년 들어가는 괸리비만 500억 원, 향후 예견된 투자비 부담만 1조6000억 원가량"이라며 "적자로 하루 이자비용만 수억 원을 내는 한전의 상황으로서는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전 인건비 조정 △한전 소유 부동산 매각 등 자구적 노력과 △화력발전소 5개소 통폐합 △전기요금 선납제도 △원전 수출 다각화 등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에너지 대비를 위해 우리는 지금 이러한 일들을 해야 하고 공론화를 거쳐 불가피한 결정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안전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도 나왔다. 황 교수는 "원자력안전법은 그간 원자력기술 전공자가 규제기관을 거친 뒤 지엽적이고 부분적으로 수정해 온 경향이 강하다"며 "에너지법령에 대한 전문가가 늘어나게 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법령을 수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규제기관의 진출이 늘어나고, 수출이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개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종래 탈원전 일변도의 시각을 지양하고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의 원자력안전법에 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호응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 교수는 "사실 정부가 전기세 인상을 계속해서 미뤄온 것에는 제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사실상 기업들의 이익 중 일부는 한전의 적자로부터 발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는 주택용과 달리 산업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어 "한전 약관에는 현재 선납제도가 없지만, 약관을 개정해 대기업들에 전기세를 수년 치 미리 내도록 유도하고 한전은 이에 대해 은행 이자율만큼 할인해 준다면 한전은 회사채 발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대기업들도 전기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어 서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선납제도는 전력시장뿐 아니라 자금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재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선납 할인을 통해 기업은 이자상당액의 이익을 얻고, 한전은 자금조달구조를 다변화하며 채권시장에서의 구축효과를 완화시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상으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비롯해 공기업 구조개혁, 에너지 정책 정상화 등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미래세대"라면서 "에너지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국민적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다. 있는 그대로 문제를 솔직히 드러내고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