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1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정치권에선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 출마설에 대해 본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윤석열 검찰 정권의 대항마'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이 출마 시 국민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민주당에 미칠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이 본격화된 건 그가 지난 10일 SNS에 '평산책방 인증사진'을 남기면서부터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남기며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조 전 장관 출마설에 말을 보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라며 "검찰 독재 윤석열 정부가 보이고 있는 검찰 독재의 대항마로서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는 것"을 조 전 장관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뒀다.
김 의원과 같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최고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고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의 '불출마'에 무게를 뒀다. 그는 "(조 전 장관) 본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는 (출마)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든다. 개인적 추측일 뿐이며 최근 (조 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일했던 김영배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출마설에 '신중론'을 펼쳤다. 김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직접 민주당으로 출마하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게 보는 편"이라며 "총선 국면을 앞두고 사회적·국민적 의제, 관심거리에 대해서 본인과 동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활동도 정치적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것 외에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른바 '검찰개혁'(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장관에 내정됐다가 본인을 포함해 아내(정경심 전 교수), 딸(조민 씨), 아들 등 가족 전체가 검찰 수사로 고초를 지켜봤다. 이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조국에게 빚을 졌다'는 공감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이 '검찰 독재 정권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민주당 출마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같이 말하며 "윤석열 정권의 심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출마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이 다시 '조국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가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민주당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결심'이라며, 거리를 두지 않으면 당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SNS에) 무엇을 해야 할 건지 고민하고 있고 길이 없는 길을 가겠다'고 한 건 정치적 문법으로 출마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그분이 어떤 정치적인 플랜을 가지고 움직임을 가지든 (민주당은) 철저히 무관심해야 된다"며 민주당과 조 전 장관 분리를 강조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출마는 개인 자유지만, 민주당엔 굉장히 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니라 '조국의 늪'에 빠지는 굉장히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친명(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이 아직 재판도 끝난 상황이 아닌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많이 고민해 주기를 부탁한다"며 조 전 장관 출마를 에둘러 만류했다.
현실적 조건을 따져봤을 때도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서 공천받을 수 없을 것이며, 무소속으로 나와도 국민 여론이 차가울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조 전 장관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 탄압이었기에, 그 오명을 탈환하기 위한 행위도 정치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마는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으로 나오고 싶어도 당에서 공천을 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국민 여론, 그리고 재판이 2심에서 계류 중인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13일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에 대해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3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듬해인 2020년 1월 2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