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차관급 대폭 물갈이 임박…국정 2년 차 속도 내나


'인사 검증 리스크' 부담에 개각설 일축
하반기 '총선 차출 대비' 개각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개각설에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며 일축해왔다. 다만 이번 주께 차관급 인사를 대폭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월 23일 국무회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께 정부 부처 장관 대신 차관 대폭 교체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정국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와 정책방향에 정통한 인사들을 각 부처에 전면 배치해 개각에 맞먹는 효과로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차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 교체설'이 지난달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공직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있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체 폭은 전체 19개 정부 부처 가운데 10곳 안팎일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은 지난 4월 말부터 인사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 가능성이 있는 부처로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이 거론된다. 국무조정실도 차관급인 국무1·2차장의 교체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연말·연초,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개각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윤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며 선을 그어 왔다.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신상털기식 인사 검증 우려로 장관 후보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박순애 전 장관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를 지명했더라도 야당이 고강도 검증으로 맞서면 국정이 오히려 국정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도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현재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요할 때만 인사를 검토한다는 원칙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조찬에 앞서 발언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안팎의 요구에 인위적으로 인사 개편하는 대신 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검토하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확고하다. 꼭 필요할 때만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태원 참사' 논란으로 여권 안팎에서 해임 요구가 거셌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끝까지 안고 간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장관 대신 차관급 인사를 단행해 공직 사회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정 쇄신 이미지를 보이면서 사실상 개각과 같은 효과를 노리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차관 후보로는 일부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고 국정운영 철학을 체득한 이들을 각 부처에 보내 부처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권 2년 차에 강하게 그립을 잡고 가려는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비서관과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도 각각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차관 교체 이후 오는 7~8월께 중폭 개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내년 총선 차출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내년 총선 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에 개각이 필요한 경우 이전까지 인선을 마무리하는 게 청문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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