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수장에 선임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 과거 글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명(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감지된다. 오는 12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향한 '재신임' 목소리도 분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로서는 '이래경 카드'가 자충수가 됐다. 지난 5일 당 지도부는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 명예이사장을 임명한다고 밝혔으나, 임명 직후 그의 과거 SNS 글이 논란이 됐다. 내용 중에는 '천안함 자폭설', '대선 미국 개입설' 등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결국 당일 오후 6시 55분께 이 명예이사장은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지도부는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이 명예이사장의 사적 의견(SNS글)이 당에 악재로 돌아올 것을 우려해 빠른 결정을 내렸지만, '검증 실패'라는 책임론이 뒤따랐다. 당 일각에서 이 대표가 당 지도부 및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이 명예이사장 임명을 단행한 점, 이 명예이사장이 과거 이 대표가 경기지사 당시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친명' 인사인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가 '혁신'을 위해 인물을 등용한 것이 아니라, 당을 사당화하기 위해 이 명예이사장을 임명했다는 비판이다.
지도부 내에서도 '깜깜이 인사'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에서 "(선임)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들이 간담회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혁신위원장을 이 이사장으로 한다는 말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며 이 대표가 이 명예이사장 임명 사실을 사실상 통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에 이어 이번 혁신위 인선 실패까지 당 지도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라며 직격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 대표는 '무한책임'을 언급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권한을 가진 만큼,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냐', '사과를 할 계획이 있느냐' 등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8일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그렇게 엉거주춤 넘어갈 일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용기 있게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스스로 사법적 의혹의 무고함을 밝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 잠시 물러나 있겠다'고 하는 것이 국민들, 당원들이 보기에 (좋고) 당에 놓여있는 여러 논란거리도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더팩트>와 만나 "당 지도부가 당내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간 참아왔던 의원들도 단계적으로 쌓아왔던 것이 폭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 수석대변인은 이 명예이사장 인선 해명 과정에서 '천안함 함장 폄하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앞서 지난 5일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명예이사장의 '천안함 자폭설' SNS 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이 이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해촉을 주장하자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결국 이틀 만인 7일 "공당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다음 날 권 수석대변인은 최 전 함장을 직접 만나 사과했으나, 최 전 함장은 당 차원의 공식 사과와 입장 표명 등이 없으면 사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은 권 수석대변인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며 문제 제기를 하는 등 민주당을 압박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기구를 이끌 새로운 인선을 모색 중인 가운데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지도부는 의원총회 전 새 혁신위원장을 선임하기로 하고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마평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해영 전 의원 등 원내·외 다양한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혁신위가 실제적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당 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누가 다음 혁신위원장이 된다 한들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12일 의총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전망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다른 의원들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히 할 것이고, 아무도 안 한다면 제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고 이 대표가 직을 내려놓아야 당도 살고 본인도 산다. 지금은 몰락의 길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