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난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8일 최 전 함장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최 전 함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면담 등 당 차원의 공식 사과 조치를 요구하며 권 수석대변인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여권은 권 수석대변인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민주당을 향해 강한 공세를 이어갔다.
앞서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천안함 자폭설' SNS 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막말 논란'이 일었다. 그는 최 전 함장이 이 이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해촉을 주장하자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 수석대변인은 이틀 만인 지난 7일 "공당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권 수석대변인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임병헌 원내부대표와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권 수석대변인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권 수석대변인이 천안함 함장과 용사들에 대해 모욕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는 게 징계요구서 제출 사유다. 장 원내대변인은 "권 수석대변인 스스로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든, 아니면 이재명 대표가 (권 수석대변인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든 그런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적정한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권 수석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관해 이 대표의 공식 입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이래경 씨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촉발된 만큼 이 대표가 사과를 하고 13년째 반복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이번에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최 전 함장과 비공개로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최 전 함장은 이 대표의 면담과 공식 사과 등의 자신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당의 수용 조치가 없으면 권 수석대변인의 사과도 받지 않겠다고 맞섰다.
최 전 함장은 권 수석대변인과의 만남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하 다 죽인 함장이 무슨 짝으로 어이없다'는 발언의 당사자를 만났다"며 "처음 본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고 부들부들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권 수석대변인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고, 저는 여전히 진행되는 모욕적 언사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요구를 했다. 오늘도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전 함장은 권 수석대변인에게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 표명 △이 대표의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 면담과 사과 및 차후 망언자 징계 등 재발 방지 대책 △민주당 인사들(장경태·서은숙 최고위원, 김영진 의원 등)의 천안함에 대한 잘못된 주장과 발언 중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악의적 댓글 중지 △천안함 피격사건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당 교육 기회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여당 지도부는 권 수석대변인의 당직을 박탈하는 등 '중징계'가 있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해서는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저급한 인식과 막말을 일삼았던 문제의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해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이 대표는 대국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권 수석대변인의 당직을 박탈함과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중징계 조치까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래경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민주당 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권 수석대변인을 향한 여당의 공세가 정쟁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권 수석대변인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권 수석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건데, 거기에 윤리위 제소까지 하는 건 여당이 정치적 공세를 하겠다는 건데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