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 기자] #A통일운동단체는 민족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윤석열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 등 정치적 내용의 강의들로 채우고, 윤석열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강의도 했다. 원고 작성자도 아닌 자에게 지급 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B협회연맹 사무총장 C씨는 국내·외 단체간 협력 강화사업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후사적 해외여행 2건, 아예 출장을 가지 않은 허위출장 1건 등 총 3건 출장비 1344만 원을 착복했다. 기념품이나 책자를 만들겠다며 제작비 1937만 원을 받았지만 실제 제작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D는 강의실, PC 설비, 상근직원 등이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였지만 공동대표 중 1인이 이사장인 학원의 시설,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기재해 일자리사업 보조금 3110만 원을 부정수령했다.
대통령실이 4일 최근 3년간 '비영리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확인된 부정사용금액이 3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을 1차 수령한 단체뿐 아니라 위탁 단체들까지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에 등록하게 하고,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대상 기준도 대폭 강화하는 식으로 국고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을 올해보다 5000억 원 이상 감축하는 등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실시됐다. 그 결과,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 원에 이른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 사적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 부정행위 형태는 다양했다. 정부는 이들 사업에 대해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비리를 원천 차단하고 보조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우선 국고 보조금의 경우, 보조금을 수령한 1차 수령단체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단체들도 빠짐없이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등록하도록 해 민간단체 보조금 지출에 대한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을 국민에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지자체 보조금 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 그간 지자체는 보조금을 전용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 왔는데, 앞으로는 국고보조금처럼 전자증빙 기반의 보조금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 올해 1월부터 광역단체에 우선 도입한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를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초단체에도 확대 도입한다. 이를 통해 보조금 사업자의 납세이력을 포함한 금융·신용정보를 관계기관에서 실시간 공유받아, 선정단계부터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중복수급을 방지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는 계획이다.
보조금 사업에 대한 검증도 대폭 강화한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대상 기준을 현행 '3억 원 이상 사업'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 원 이상 사업'에서 '3억 원 이상'으로 강화한다. 또 부처 재량에만 맡긴 현 관리체계를 개선해 기획재정부 총괄하에 44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해 매 분기별로 집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권익위, 부처, 수사기관으로 한정된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 신고 창구를 정부 대표 포털인 '정부24'까지 확대하고 각 부처 감사관실에 '보조금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하며, 포상금 상한도 늘리기로 했다. 보조금 부정이 적발된 경우에는 사업 참여 배제 기간을 5년으로 명시하는 지방보조금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특히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016년(3조5572억 원)부터 2022년(5조4446억 원)까지 지난 7년간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지급 규모(직접지원+매칭펀드+국비 매칭펀드 지방비)는 2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사업, 최근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 선심성 사업 등을 과감히 구조조정해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을 올해 대비 5000억 원 이상 감축한다. 보조금 구조조정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지속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