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때리기'에 치닫는 노정 갈등...與 지지층은 결집?


정부·여당 "불법행위 엄정 대응해야"
민주노총 "뭐가 불법인지 설명해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희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31일 양대 노총을 '정치 노조'로 규정하며 노동개혁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양대 노조는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조 탄압'으로 보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여당과 노동계와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확대회의를 열고 노동개혁 추진 현황과 포괄임금제 오·남용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김민석 대통령실 고용노동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임이자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노동개혁의 첫걸음으로 화물연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앞서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히며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내세워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와 금속노조의 총파업, 노란봉투법 등에 별도 논의가 있었다"면서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 '노동개혁 저지', '노란봉투법 통과' 등 정치 구호를 내세우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정치 노조로 변질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대 정치노조의 횡포는 소상공인과 국민, 선량한 조합원에게 피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며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얼마 전 민주노총의 퇴행적인 투쟁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오늘도 다시 도심 집회를 열어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또 법을 어겨 가면서 여러 가지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며 "민주노총은 도대체가 반성하지 않고 정부의 적법한 회계자료 요청은 거부하고 있다. 회계 자료가 불투명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회식 장소에 영양사를 불러 술을 따르게 하는 갑질을 하고도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폭력과 정상적인 근로 환경을 조성하기는커녕 고용주 그리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현재 민주노총의 민낯"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도 이날 파업을 두고 "우리 경제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당장 멈추라"며 "노사관계 법령을 준수하며 합법적인 방식으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겨냥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노동시장의 불법·불합리 관행을 개선해 노사 법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노동계의 우선 목표인 진정한 노동시장 약자 보호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역 인근 세종 교차로에서 시청역 시청교차로의 이르는 구간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하는 경고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1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노조의 파업 투쟁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불법집회 대응 훈련 등으로 대비에 나섰다. 경찰은 앞서 이날 파업에 대해 불법행위 발생 시 '캡사이신' 분사를 경고하며 정해진 시간을 넘길 경우 물리력을 행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집회에 앞서 경찰은 집회 관리에 공적을 세운 13명의 특별승진을 포상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은 '노조 탄압'이라고 맞서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이 아무리 싫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럽다"며 "우리는 더욱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부의 기조에 대해 "시간이 많이 거꾸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도대체 뭐가 불법인가? 신고를 정확하게 했고 또 과도한 행정제재에 대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 이루어진 집회를 어떻게 불법으로 규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야간 문화제, 노숙 시위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법적으로 불법이 되는지 경찰이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크게 부풀려서 '엄정 대응하겠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집회·시위의 자유, 헌법적 기본권, (공권력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것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런 것들은 다 무시되고 그냥 오로지 '불법·폭력' 이런 프레임으로만 가두려는 것"이라며 "교묘한 프레임 짜기"라고 했다.

그는 "집회와 시위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며 "진보든 보수든 진영을 넘어 다양한 이해와 주장을 알리는 것이다. 자기 의사 표출을 위해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여태까지 우리가 싸워온 민주주의적 절차"라며 "나를 포함한 모두의 주장이 설명될 때 발생하는 시끄러움이 있다. 이게 부정·제한·탄압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1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서예원 인턴기자

'지난 문재인 정부가 노조의 불법행위에 눈감아줬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 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역대 어느 정부도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인 정부는 없었다. 실제로 전 정부에서도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며 "오히려 형사처벌 등이 전 정부에서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노조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지지층 결집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이었던 양대 노총을 공격하면서 결집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회계, 세금, 불법 등 중도층에게도 호소력 있는 프레임으로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조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상승해 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외연을 확대해 중도층으로 넓혀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우선 지지층이 뭉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확실하게 각을 세우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이었던 노조나 시민단체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국고를 엄청나게 지원받는다, 민주노총이 밤새 노숙하며 불법 집회를 벌였다, 이걸 문재인 정부에서 방치했다'는 걸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속하며 중도층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전진기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도 통화에서 "진보를 공격해 보수를 결집한 다음 중도층에게 '진보 진영은 썩었다'고 구애하는 공식"이라고 평가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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