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중소·벤처기업인들과 치맥(치킨+맥주)을 함께 먹는 중소기업인 격려 만찬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굽네치킨 용산역점에서 주문한 치킨 180마리도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의 시찰단이 지난 21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하지만 단장을 제외한 시찰단 구성원의 면면을 감추고, 언론을 피해 비공개 시찰을 다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에선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국회사무처가 김남국 의원이 대량으로 거래한 코인 '위믹스'를 발행한 게임업체 위메이드 관계자의 국회 출입 기록을 공개했다. 위메이드가 방문한 여야 의원실은 앞다퉈 부정한 취지의 청탁은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 자료를 내놨다. 이와 함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동 제안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尹대통령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 77%가 진정한 지지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인들을 격려하는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었어. 1년 전 윤 대통령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40여 개 테이블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악수했던 게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에도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고?
-지난해에는 코스 요리가 나왔는데 이번 만찬에서는 치킨과 피자가 테이블에 올랐어.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풀어가자는 의미로 윤 대통령이 직접 메뉴를 골랐다고 해. 특히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 고피자가 'K-불고기피자'와 '인도탄두리치킨 피자' 등 피자 250판을, 로보아르테는 롸버트치킨 200마리를 이날 행사에 제공했어. 윤 대통령이 미국에 방문할 당시 두 업체가 방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때 인연이 이어진 거지. 두 업체의 대표는 이날 만찬에도 초청받았는데, 현장에서 치킨과 피자를 직접 만들었다고 해.
-이날 행사에는 500여 명이 참석했는데 두 업체가 제공한 걸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했는지, 대통령실은 용산에 위치한 한 굽네치킨 가게에도 직접 전화해서 오리지널 통다리 120마리와 순살 60마리를 주문했다고 해.
-대통령실의 통 큰 주문에 다들 '대박 났다'라는 반응이야.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선 난감하기도 했을 것 같아(웃음). 본사 영업팀까지 투입됐다고 하더라고.
-많은 치킨업체 중 굽네치킨을 고른 이유가 있을까.
-굽네치킨 창업자가 국민의힘 인사라는 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어(웃음). 굽네치킨은 '재선 경력'의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업했는데, 현재는 동생인 홍경호 대표가 이끌고 있어. 윤 대통령과 홍 전 의원이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홍 전 의원은 지난 대선 캠프 경기도 선거대책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3월에는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기도 했어. 그리고 '치킨 만찬' 이틀 뒤인 25일에는 당내 상설위원회 중 하나인 소상공인위원장에 임명됐어. 홍 전 의원은 경기 김포을 당협위원장이기도 해.
-서민 음식인 치킨 덕일까. 허심탄회한 분위기가 연출됐는지 윤 대통령도 이날 솔직한 발언들을 많이 한 것 같네.
-맞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해보니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77%가 넘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아, 이게 진정한 지지율이구나' 생각했다"면서 "앞으로도 임기 내내 계속 뛰겠다"고 했어. 또 '해외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을 계속하면 힘들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고는 "해외에 나가면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해.
◆후쿠시마 시찰단 '단장'만 공개…여론 싸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후쿠시마 시찰단'이 지난 21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어. 정부는 시찰단 규모는 21명으로 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정부 측 전문가 20명이라고 발표했어.
-출발 전부터 일본이 허가하는 시설들을 보기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지 우려도 많이 제기됐지?
-일본 정부는 시찰단이 오염수 처리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듣고 이해를 높이는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어. 그러니 시찰단이 가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안전성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보여줄지, 자료 협조는 잘 될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그리고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도 포함되지 않는 데다 유 단장 외 정부 측 전문가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았어. 모든 세부 일정에 대해 언론 노출도 차단됐고.
-실제로 현지에서 시찰단과 취재진 사이에 '숨바꼭질'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23일 일본 외무성에 도착한 시찰단은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피했다고 해. 버스 창문에 커튼을 쳐 신상을 꽁꽁 감춘 데다 취재진이 버스에 접근하면 이동하는 등 추격전을 벌였어. 일본 현지에서 시찰단 취재를 시도한 MBC 기자는 라디오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시찰단 활동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항의했지만 '민감한 현안이라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어. 현지 취재기자들이 제공받는 정보도 정부가 내놓는 1쪽짜리 서면 일일브리핑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고 해. 이에 대해 유 단장은 "전문가들이 현장 시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하면서 언론 노출을 피했어.
-과정을 공개할 수 없지만 '정부를 믿어달라'는 건데, 그래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지 않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것 같아. 25일 발표한 NBS 여론조사(22~24일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실시)에서 '시찰단 파견이 오염수 처리 과정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더니 53%는 '도움이 안 된다', 40%는 '도움이 된다'고 답했어.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p) 밖이야. 진보층과 중도층은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각각 65%와 60%, 보수층은 '도움이 된다'는 답이 58%로 우세했어(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정부가 시찰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만들 거라고 하니 그 결과 보고까지 지켜봐야 할 성과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시찰단 관련 논쟁이 뜨거웠지?
-더불어민주당은 시료 채취 없는 시찰단 파견은 오염수 방류를 우리 정부가 용인하는 수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어. 소위 '들러리' 아니냐는 거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으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반박했어.
-그런데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59명도 2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어. 여기에는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도 포함돼 있지.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의 상황은 같고, 우리나라에선 정권이 바뀐 것밖에 없는 데 여야의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야. 이래선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파악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와 국회는 과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했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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