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공직자윤리법·국회법 개정안)이 25일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전수조사를 시작했지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콜드월렛(탈중앙화 지갑)을 이용하면 추적이 어려운 데다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등 한계가 지적된다.
김남국 의원발 가상자산 논란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국회가 자구책을 만들었지만, 가상업계는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거나, 콜드월렛(일종의 암호화폐 오프라인 개인 금고, 탈중앙화 지갑)에 보관하면 외부에서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에 맡긴 '자진 신고'로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면 잔고 증명 등으로 추적이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추적이 안 된다"면서 "해외 거래소도 우리나라 쪽에서 요구한다고 해서 제공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혐의가 있어 수사하지 않는 이상 거래 내역을 알 수 없다"며 "잔고 전체를 해외 거래소로 이전해버리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데다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2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경우 거래소 계좌에 들어 있으면 확인이 가능하다"면서도 "소위 '콜드월렛', 그러니까 이동식저장장치(USB)나 하드디스크에 원천적으로 저장해 보관하고 있는 경우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23일 국회방송 '국회라이브6'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콜드월렛이나 USB를 통해서 될 수가 있기 때문에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번 경우에 있어서 21대 국회의원이 된 후의 가상화폐 변동 현황과 보유 현황을 보고하게 돼 있다. 물론 그것들을 다 검증할 수는 없지만, 그 내역을 봤을 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하다 납득하지 못하다 이런 걸 제3의 기관으로서 검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첫 출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씩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법의 한계도 지적된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신고해야 하지만, 벌칙조항이 없어 사실상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또,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당선인과 21대 현역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등 재산 내역을 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신고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공개 여부는 별도의 국회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국회규칙은 현재 정개특위에서 논의 중이다.
함께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소급 적용이 안 돼 법 적용 기간 이전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 개정안은 6개월 후인 오는 12월 초부터 시행되는데 가상자산 거래 내역에 대해서는 올 1월 1일 이후의 거래만 신고 대상이다. 따라서 이전의 거래 내역은 알 수 없다.
입법 한계 지적과 관련 여당인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날(24일)까지 여야 의원들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소급 적용에 의견이 모였으나 민주당에서 갑자기 장·차관을 포함하자면서 이견이 생겼다"면서 "행정안전위원장이 원안대로 하면서 소급입법과 관련해서는 후속 입법 등을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여러 한계가 지적되는 '김남국 방지법'의 실효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은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은 <더팩트>에 "제도를 통해 규정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론적으로 (해외 거래소 등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등) 그럴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소급 적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 "보유하다 중간에 팔아버린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제도적인 장치를 둔다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당 의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거기에 맞게 여러 가지 방지 수단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관심이나 민감도가 올라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 조항 하나하나 때문에 그게 방지되는 게 아니라 그런 분위기, 법이 개정되고 통과되고 이렇게 사회적 인식, 문제의식 등이 바뀌는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이라며 "법이 통과되고 그런 분위기가 압박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심하고, 이런 걸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데 의의를 뒀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해 의정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했다.
또 특례 조항을 신설해 현역 21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20년 임기 개시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변동 내역을 오는 30일까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이를 바탕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해 오는 7월 31일 해당 의원과 소속 교섭단체 원내대표에게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다. 가격 변동이 심한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해 가액 산정은 별도의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또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본인과 이해관계자의 가상자산 보유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도 채택됐다. 재석의원 263명 중 찬성 260명, 기권 3명이다.
결의안은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임기 개시일부터 현재까지 취득해 보유하게 된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변동 내역을 공직자 재산등록 담당 기관에 자진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에 관해 조사할 것을 제안하며 △금융위원회·국민권익위·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상자산거래소·금융회사 등 관계기관이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현황 및 변동내역 자진신고와 공개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