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불법 전력 단체, 집회·시위 제한 추진"…한동훈 "집회·시위 자유 제한 아냐"


野 "헌법상 보장된 권리...정부 비판 막겠다는 것" 반발

정부·여당이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부·여당이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출퇴근 시간대 도심 도로 시위 신고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대응책이다. 이는 신고제로 운영되는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려는 것이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이번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제한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집회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해 법적인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 현장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사례가 만연돼서 현장에서 법대로 지금 집회·시위가 안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편법 집회, 이런 것에 대해서도 법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집회처럼 집단 노숙하는 데 대한 문제점, 이 문제는 노숙 자체가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앞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단순히 잠을 자는 문제가 아니라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집시법 개정과 관련해 "심야시간대 집회·시위와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국회에서 입법 조치를 하지 않은 직무 유기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국회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본 의원이 발의한 집회·시위 관련한 법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시법상 '사생활 평온을 침해하는 유형'에 소음도 포함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소음 기준 강화해서 전체적으로 5~10dB(데시벨) 정도로 기준을 강화하는 권영세 의원 안이 있다. 이 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한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는 면책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킨 매뉴얼이라든지 이런 걸 경찰 차원에서 찾아서 개선해야 하지 않나"면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이런 매뉴얼이나 현장의 잘못된 관행, 이런 걸 개선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권력 행사로 현장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치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은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침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집회·시위의 자유가 동료 시민의 자유를 침해해도 되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윤 원내대표는 "사실상 집회·시위를 못 하게 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해를 잘못했다. 못하게 하겠다는 게 아니고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라고 무조건 금지나 제한하는 게 아니다. 이번 집회처럼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 제한한다"고 반박했다.

윤 원내대표는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는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엔 "시간이라든지 장소, 인원, 집회 신고 내역이나 전력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헌법과 맞지 않는 허가제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운영할 생각이 없다. 대규모 도심 집회를 불법으로 개최한 전력 있는 단체가 집회·시위 신고를 했을 때 그 시간이라든지 장소,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현재 내사 중인데, 여당에서는 불법이라고 규정하느냐"는 질문엔 "불법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수사에 착수하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당정협의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 "그래 보이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얘기하고 있는 '야간 집회'라는 게 정확하게 말하면 '심야 집회'"라며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사람들도 주무셔야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다른 동료 시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까지 보장돼야 하는 어떤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는 다른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되는 경우를 중점적으로 봐서 그 보완이 필요하다. 그걸 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이런 상식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이번 민주노총 시위를 불법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집회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법적인 요소가 많이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집시법 제10조는 옥외 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당시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시위 금지 시간을 '해가 진 이후부터 자정까지' 금지하는 것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집회'는 한 곳에 모인 것을, '시위'는 행진하는 것을 말한다.

야당은 24일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추진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추진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의 실정에 대한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대체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 민생 경제에 무슨 해악을 끼쳤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회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며 "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고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전날(23일) 김희서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여당이) 정부의 숙제를 받아온 모양인데, 숙제도 숙제 나름"이라며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뜯어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위헌적 발상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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