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별법' 속도 내는 野…반대 여전한 與


野 '여야 합의 최우선' vs 與 '수사 먼저·특별법 불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넘어섰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희생자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하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나 여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희생자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하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관문은 험난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상정을 위해 여야 간사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행안위에 상정해 6월 안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이날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사 발생 200일(15일)이 지났으나 유족들이 촉구해 온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진전이 없는 것을 두고 야당 입장에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에 참여한 야당 의원은 183명으로 국민의힘 의원은 공동 발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별법은 발의 이후 여당의 강한 반대로 추진이 더딘 상태로 행안위에 상정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법에는 국회 추천을 받은 17명(상임위원 5명)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참사 관련 진상조사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원내대표는 유족들과의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논의가 시급하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립해 명명백백히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민주당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참사 이후 200일이 지났음에도 사회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거론되는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영 용산구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따른 직무 정지) 등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상황이고, 이 장관을 제외하고는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를 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무한 책임의 자세로 이 참사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여전히 회피하고 외면하고 무응답으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박 원내대표는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를 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무한 책임의 자세로 이 참사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여전히 회피하고 외면하고 무응답으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주일 넘게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4시간 철야농성을 했던 유가족들은 일상 복귀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직무대행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4시간 철야농성을 하면서 단 한 명의 국민의힘 의원도 만나지 못했다"며 "단 한 분이라도 저희 앞에 나타나서 이 법안의 취지와 왜 필요한가에 대해 물으려 하지 않았고 저희는 호소하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유가족 간담회를 마친 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특별법 제정에 있어 여야 합의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특조(특별조사) 기구부터 특별법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6월에 상정해서 (행안위) 법안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강조한 것은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정쟁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특별법에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는 만큼, 여야 합의로 통과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특별법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상임위 차원에서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달 말 행안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의원으로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설사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야당 주도로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김 의원도 "29일이 지나면 행안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원내에서 특별법 제정 의지를 강력히 보이지 않았나. 위원장도 곧 우리가 가져오니 상정 통과를 위해 노력할 거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판단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유지 중이다. 참사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며, 특별법 제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기관) 전문가들이 모여서 철저히 수사를 하고 또 기소를 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되나"라며 "민주당이 국민적 아픔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유족들의 아픔을 되살리고 파헤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 현안 질의,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여당의 뜻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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