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9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물량을 보유해 논란이 된 위믹스 코인 발행사인 위메이드를 방문해 본격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게임 업계의 P2E 입법 로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큰 소득은 얻지 못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는데 조사단 차원에서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조사단은 이날 경기 판교의 위메이드 본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장 대표를 향해 △김 의원이 위믹스를 확보하게 된 경로 △위메이드 및 가상자산 거래소가 에어드롭(무상 지급)으로 위믹스를 제공했다는 의혹 △장 대표가 빗썸 사내이사 당시 정보 제공 및 거래 여부를 인식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날 회의에는 단장인 김성원 의원과 간사인 윤창현 의원, 박형수·최형두 의원, 원외 조사위원 등이 참석했다.
김 의원이 빗썸에서 위믹스에 투자한 2021년 당시 위메이드는 빗썸의 최대 주주인 비덴트의 주주였다. 장 대표는 당시 빗썸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위메이드는 2021년 비덴트에 총 800억 원을 투자했다. 김 의원은 같은 해 빗썸에서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위믹스에 투자했다. 김 의원은 이전까지 업비트를 주 거래소로 이용했는데 당시 위믹스는 업비트에 상장돼 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김 의원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김 의원이 한때 100억 원대의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던 VIP 고객이었는데도 몰랐냐"는 윤창현 의원의 질의에 장 대표는 "(김 의원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빗썸이 김 의원의 의심스러운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최형두 의원이 "김 의원과 특수관계인이기 때문 아니냐"고 묻자 "전혀 그런 게 아니"라며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장 대표는 위메이드가 프라이빗 세일이나 에어드롭 방식으로 김 의원에게 대량의 위믹스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장 대표는 "프라이빗 세일은 코인 투자 전문회사 4곳 이외에 이뤄진 적 없다"면서 "개인에게 프라이빗 세일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조사단 김정철 변호사가 "프라이빗 세일로 구매한 업체를 통해 김 의원에게 위믹스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질의하자 "4곳에서 (위믹스를 어디에) 어떻게 팔았는지 모른다"면서 "그들이 다른 일을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형수 의원이 "에어드롭으로 제공한 것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에어드롭은 누군가에게 큰 규모로 전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직접 나눠주는 지갑 주소는 모두 보관 중"이라며 "(위메이드가 직접 주지 않고) 거래소가 나눠줬다면 그 부분은 거래소 소관이라 우리가 알 수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어떤 지갑 주소가 김 의원 것인지 모른다"며 "우리가 에어드롭 한 것이 김 의원에게 전달된 것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오프라인에서 가상화폐를 관리하는 '콜드월렛' 방식으로 위믹스가 김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저희 쪽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콜드월렛으로) 전달된 기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핫월렛에서 인터넷을 끊으면 콜드월렛이 되는데 이걸 쓰려면 결국 다시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면서 "콜드월렛에 들어간 물량의 내역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P2E 합법화를 위해 국회에 로비했다는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장 대표는 박 의원이 '국회의원을 직접 만났는지', '국회 본관이나 의원회관에 출입한 적 있는지' 등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위메이드 관계자의 국회 출입 기록 등은 "확인 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사무처에 2020년 4월부터 위메이드 소속 임직원의 국회 출입 일자와 방문 의원실, 성명 등이 담긴 자료를 요청했으나 사무처는 "국회 청사 출입 시 수입되는 개인정보는 청사 보안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목적 외 이용자나 제3자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제공을 거부했다.
김 의원과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도 "2021년 초 빗썸 매각설이 파다했다. 우리는 거래소가 미래가 있는 사업이라 생각했고 매각에 참여하기 위해 빗썸과 빗썸 홀딩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덴트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며 "김 의원을 전혀 알지 못했고 위믹스 거래 및 보유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조사단은 이후 약 20분간 이어진 비공개 질의에서도 앞서 공개 질의에서 나온 내용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장 대표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질의 이후 김성원 단장은 취재진과 만나 "비공개 자리에서는 P2E 합법화에 대한 노력의 하나로 (위메이드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와 프라이빗 (판매) 부분에 대한 것들은 자료가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위메이드에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 대표가 ‘왜 김남국 의원이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한 답답함을 표했다"면서 "거래소 자료 및 거래 내역이 코인 게이트를 풀어나가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향후 빗썸 등을 방문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금 세탁 의혹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의 날'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시기적으로 그런 (자금세탁) 의심을 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FIU에서도 그런 점에 주목해서 의심 거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진행 경과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대형 거래소(업비트)에서 굳이 코인을 꺼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개인 지갑으로 옮기고, 자금 출처에 대해 소명하지 못했다"며 "부정한 정치자금이나 자금세탁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의원 개인의 코인 거래 중독을 넘어 중차대한 비리 커넥션 문제는 아닌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김민수 대변인도 논평에서 "'남국 사태'로 명명되는 '김남국 코인 게이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김 의원의 욕망과 가난 코스프레, 공직윤리 위반의 문제를 넘어서, 사라진 수십억 규모의 자금과 돈세탁 정황까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범죄 혐의가 됐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원실에 들어온 제보"라며 "김 의원은 36억 위믹스를 출시 1달도 안 된 클레이페이로 교환했다. 이해할 수 없는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클레이페이는 투자가 아닌 자금세탁이 목적"이라며 "조작 세력이 위믹스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고 일정한 수수료(제보에 따르면 20%)를 제하고 김 의원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 막대한 투자 실패로 보이지만 자금세탁이 된 30억의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의문은 왜 위믹스 36억 원어치만 급하게 현금화했냐는 것"이라며 "애당초 김 의원의 돈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대선 기간"이라고 지목했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수행 실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