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발 가상자산 투자(일명 코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의 입법 미비 틈새를 이용해 김 의원이 의정활동 중 몰래 수십억 원을 코인에 투자한 것이 뒤늦게 드러난 이후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는 뒤늦게 '김남국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국회부터 '김남국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김 의원 논란을 계기로 가상자산에 대한 그간의 국회 논의와 해외 가상자산 입법 사례를 살펴봤다. 또한 관련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공직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거액의 코인 투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으로부터 촉발됐다. 이를 계기로 공직자 재산 신고 항목에 가상자산도 포함하는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야도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애초 재산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어 '뒷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등록 대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지상권‧전세권, 1000만 원 이상의 현금‧예금‧주식‧채권, 500만 원 이상의 보석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코인 투자로 재산을 늘리거나, 축소 신고할 목적을 가졌더라도 알 길이 없다. 가상자산이 이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 법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셈이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기동민·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각각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공개 대상 재산에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으로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2021년 3월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공직자(공직후보자)의 재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안건이 상정된 이후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16일 기준 가상자산 신고와 관련한 12건의 공직자윤리법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선 유경준·권성동·김희곤·김성원·양금희·노용호·윤두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민형배·이용우·김한규·이해식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법안 대부분은 가상자산 등록 기준이 1000만 원 이상인데, 윤두현 의원의 법안에는 100만 원 이상 가상자산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15일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나 "가상자산을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면 의원들이 돈을 은폐할 수단이 없어진다. 지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김남국 의원 사태로 법 개정을 안 할 수 없게 됐다"며 "이번에 국회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전부 '도둑놈'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 재산은 퇴직 후 5년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의 코인 사태로 여야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을 도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고위 공직자 가상자산을 재산 공개 대상으로 지정해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부당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제 생각이 같기에 행안위 양당 간사를 통해 이미 제출된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17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자진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요구에 동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인이 등록해야 하는 사적 이해관계에 가상자산을 명시해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신고 및 회피 의무 위반 시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의원은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한 표결 및 발언의 회피를 신청할 의무가 있는데, 김 의원은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이해충돌 행위로 공분을 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직 부패의 우려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법률에 규정하면 단일한 규정으로 공직자 전반을 규율하게 되므로, 기관별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규범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도모할 수 있다"며 "향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 해당 법률 규정만 개정하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입법 효율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