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최근 당정협의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당정 논의 주제는 최근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비롯해 노동개혁·전세사기 대책 등 민생 관련 정책이다. 당과 정부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정책 엇박자가 줄고 정책 추진이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커진 모양새다. 다만 정책 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입법을 위해서는 결국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15일 전기·가스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을 결정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9일 처음으로 전기·가스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연 지 47일 만이다. 정부·여당은 이날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당정협의회와 민당정 간담회 등을 열며 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고심을 거듭했다.
정부·여당은 최근 당정을 자주 열며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지난 3월 13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협의회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23번의 당정협의회가 이뤄졌다. 공개된 내용 중 가장 많은 주제는 '전기·가스요금'이다. 전세사기 대책과 노동개혁도 최근 당정의 주요 의제다.
잦은 당정은 '주 69시간제 논란' 이후 이뤄지고 있다.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당이 엇박자를 내자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정책 구상 단계부터 당과 긴밀히 소통해 국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든 정책을 같이 만드는 수준으로 당정 협의를 긴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주 69시간제'에 반감이 큰 'MZ세대 노동자'를 만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당정이 늘어나는 데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정부 정책 수립에 민심과의 오차를 당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여당의 역할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정책주도권을 쥐는 게 맞다"면서 "정당은 여론의 최첨병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늘어나면 정책 엇박자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요금 인상에 앞서 강력한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강한 상황에 당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 교수는 "정부가 당을 통해서 여론을 청취하고 교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교정해야 하는데 그게 미흡한 것 같다"면서 "여당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법안에 대해 여론도 같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이 일방 처리한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4일에는 윤 대통령은 여당의 건의에 따라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당정을 통한 정책 수립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 여당이 할 수 있는 건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것뿐"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에 쐐기를 박으려면 국정운영에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여당이 주도해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