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실검 부활, '드루킹 사태' 재현될 것"


박대출 "'남국이 형 힘내세요', '힘내세요 조국' 사태 재현 우려"
최근 포털 맹공...與 "편향된 뉴스 배치, 조작 없이는 불가능"

국민의힘이 포털 트렌드 분석 서비스를 두고 실검 서비스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포털 뉴스 배치의 편향성을 지적해 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진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네이버·카카오의 트렌드 분석·제공 서비스를 두고 '실검 서비스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포털 뉴스 배치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연일 '포털 때리기'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국정 지지율의 원인을 정책 실패가 아닌 언론의 편향성과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포털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네이버에 '조작의 바다'가 돌아오는가"라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 특히 우려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름만 바꾼 '실검 서비스'"라며 여론조작 가능성을 의심했다.

앞서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 다음은 '투데이 버블' 서비스를 예고했다. 실검 서비스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실검 서비스와 적용하는 기술이 다르고 △키워드가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며 △상업 정보와 정치 이슈는 제외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위원회는 "실검 서비스는 검색어 조작으로 인해 여론 조작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은 끝에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폐지된 바 있다"며 "2019년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 검색어가 경쟁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2017년 문재인 정권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할 때, 선전 선동에 '실검'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짚었다.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조작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의 경우 2020년 쇼핑, 동영상 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당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특히 최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에 좌파 단체들을 추가로 참여시킬 방침을 밝혔다가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검을 부활하려는 것은 구글의 약진 속에 검색시장 점유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돈벌이를 위해 여론 조작과 선전 선동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놀이터를 다시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한다"며 "국민들은 드루킹 세력의 여론 조작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포털 '실검' 부활? '남국이 형 힘내세요' 판 깔 건가"라며 "'고마워요 문재인', '힘내세요 조국'의 시즌2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했다. 그는 "실검은 인격권 침해, 가짜뉴스 유포, 기사 어뷰징 등 정치적·상업적으로 악용되면서 숱한 폐단을 낳았다"면서 "(이번에) 정치·경제 등 시사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는 제외한다고 하지만 언제 슬그머니 끼워 넣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형된 실검 서비스는 여론 선동의 숙주 역할을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실검 시즌2'로 얻으려는 수익은 여론 선동 놀이터를 빌려준 대가로 얻는 값싼 대여비에 불과할 것이다. 포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같은 날 "거대 뉴스 포털의 편향성·불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비판에 대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뉴스 포털이 가짜뉴스의 소비·유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자체 '가짜뉴스 퇴치 TF' 등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타 부처와의 협의 채널을 정교화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지난 12일 윤두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은 취지에 "포털 뉴스가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기사를 제공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포털이 뉴스 서비스로 벌어들인 광고 수익 등 손익 현황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문체부가 포털이 인터넷뉴스사업자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조사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는 김기현 대표와 박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여당 지도부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포털과 임직원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정부·여당은 신문법 개정안 입법 추진으로 포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최근 여권에서는 포털 뉴스 배열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발언이 많아지고 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에도 "네이버에서 '윤석열'을 검색하면 비판 기사 일색"이라며 "(네이버 뉴스는) 알고리즘이 아닌 '속이고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같은 날 "윤석열 검색하는데 안철수가 나오고, 유승민 나오고, 제삼자 비판하는 기사가 관련도 순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는 조작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포털 사이트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괴물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의 '포털 때리기'에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포털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이익 추구가 최선인 사기업과 알고리즘 자체를 너무 모르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사기업인 이상 네이버 알고리즘의 목표는 '최다 클릭 수 유도를 통한 매출 증대'에 있을 것"이라며 "아니면 네이버 주가가 떨어진다. 대안을 갖고 기업을 타박하시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언론사가 명예를 걸고 쓴 기사와 제목을 내보내지만, 유튜브는 돈 하나만 바라보고 최적화해서 섬네일 영상을 자극적으로 뽑아내고 있다"며 "알고리즘 편향성을 문제 삼으려면 유튜브를 상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의원들이 좋아하는 영상이 뭘지 알고, 그런 것만 띄워줘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을) 체감 못 한다. 정권을 지지해 주는 갈라파고스화된 유튜브 여론이라는 건 '그놈의 알고리즘' 덕분"이라며 "국민의힘이 유튜브만 보고 있으니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알고리즘을 지적하려면 '우리가 제시하는 알고리즘이 네이버 알고리즘보다 낫다'라고 설득하라"며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뉴스를 조(선)·중(앙)·동(아일보) 순으로, 기자 나이순으로,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라'고 주장하라"고 비꼬았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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